#87 (흔하디 흔한) 애자일 이야기
최근에는 애자일(Agile) 관련 글을 많이 안 찾아 봐.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니 그걸 직접 다 필터링하는 건 시간낭비 같아서 말이야. 양이 많은 만큼 쓸모 없는 것도 많거든. 일부러 찾아보는 유일한 애자일 관련 사이트는 ‘Congruent Agile’ 블로그야.
이 블로그의 '칸반의 지속적인 진화, 그리고 KMM'이라는 글 하나에도 참고할 수 있는, 연결된 자료가 많아. 애자일에 조금 지식이 있다면, 현재 애자일의 전반적인 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할까.
스크럼 가이드(2020년 업데이트, 한국어 버전도 있음)
이미 본 자료들도 있는데, 예전에 읽은 《칸반》을 Congruent Agile 대표인 조승빈님이 번역한 줄은 이제 알았네.
개인적으로는 스크럼보다 칸반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프로젝트에 칸반만 독립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칸반 성숙도 모델을 보니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 사실 이 맵만 봐서는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
매년 〈State of Agile Survey〉라는 애자일 조사 보고서가 나와. 올해 자료는 아직 안 나와서 2020년 자료를 보면 여전히 애자일 방법론으로는 스크럼(Scrum)이 압도적으로 많이(58%) 쓰이고 있어. 스크럼과 칸반을 결합한 스크럼반(ScrumBan)이 10%이고, 칸반은 7%네.
테크 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빠른 변화를 위해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지.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얘기긴 한데, 애자일 방법론만 도입한다고 절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야. 문화,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중간관리자들의 관점, 사고방식, 습관이 안 바뀌면 애자일 때문에 실무진만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애자일 프랙티스 몇 개 적용하고, 실무자만 ‘애자일하게’ 일한다고 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지. 여전히 업무 진행은 수직적 직급 기반의 철저한 상명하복으로 이루어지는데, 자발적 동기부여를 통한 업무 수행을 기대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야.
사실 관리자가 애자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업무 지시와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어쩌면 변화가 정착하려면 한 세대가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사람이나 문화는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