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파카 51 만년필 복각판

3월말에 주문한 만년필이 오늘 도착했어. 이번에 복각판으로 재발매 해 화제가 된 파카(Parker) 51이야. 1941년에 발매되었고, 3대 만년필 중 하나로 꼽히는 만년필이었는데, 최고의 만년필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 거니까 큰 의미가 없다쳐도, 만년필 역사에서 중요한 모델이긴 한 것 같아.

파카 51 골드트림 & 플럼(진자주색) 모델

만년필연구소 소장인 박종진님의 책 《만년필입니다!》에서도 파카 51을 서술하는 데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어. 책 내용을 보면 파카 51이 등장한 배경은, 파카가 물에 강하면서 빨리 마르는 잉크를 연구개발했고 그 잉크를 넣어 쓸 수 있는 만년필이 필요했어. 강한 염기성의 잉크에도 손상되지 않으면서, 빨리 마르는 잉크를 넣었음에도 펜에서는 마르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는 그런 만년필. 그 결과가 사용이 편리하면서 내구성이 강하고 수리가 용이한 파카 51이었지.

그리고 이 펜의 닙(펜촉)은 다른 만년필들과는 다르게, 필기를 위한 최소한의 부분만 노출이 되어있어. 이런 걸 후디드(hooded) 닙이라고 하는데 잉크 마름을 최소화해서 뚜껑을 열어놓은 채로 한참을 놔뒀다 다시 써도 바로 필기가 가능하지. 실제로 그런가 테스트 해봤는데 정말로 뚜껑을 방금 열어서 쓰는 것처럼 잉크 마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

닙 앞면을 본 건데도 정말 조금만 노출돼 있지?

파카 51도 발매 후 단점을 계속 수정하며 완벽에 가깝게 변화했고, 잉크를 채우는 부품인 필러를 에어로-매트릭 필러로 개량 후 출시했을 때 파카는 이 필러의 수명이 30년이라고 발표했다고 해. 한 세대를 쓸 수 있는 기간이지.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우리집이나 외가에 이 만년필이 굴러 다녔었고, 그 때 기억이 나서 이 펜이 더 사고 싶었어.

엄격한 만년필 애호가들은 이번 파카 51 복각판이 오리지널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파카가 현대 만년필의 변화에 잘 대응했다고 봐. 조금 걱정했던 필기감은 기대 이상이네. 어느 브랜드이든 18K 닙은 기본 이상은 하는 것 같아.

내가(나만?) 느낀 단점이라면, 나는 연필을 회전시키며 연필심의 여러 부분을 쓰는 버릇 때문에 다른 펜도 조금씩 돌리며 쓰는 버릇이 있어. 그런데 이 파카 51은 닙의 보이는 부분이 작다보니, 펜이 돌아간지 모르고 쓰다가 안 써지는 경우가 생겨. 특히 원시가 왔으니 가까이 있는 닙은 더 안 보이지. 닙 전체가 다 노출된 만년필은 그런 경우가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해결책으로 닙 정면과 뚜껑의 클립 부분을 일직선으로 일치시켜서 끼웠어. 그러면 펜이 돌아갔는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