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 그런데, 이 소설에 즐거움은 하나도 없습니다
서혜령, 《버섯 농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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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레터는 책을 요약해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책 뒤에 숨어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매일 고민합니다. 일단 크든 작든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장편 소설처럼 고난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끝내 의미를 찾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단편 소설처럼 의외로 짧으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급히 끝을 맺고, 등장 인물들은 바로 이어지는 다음 단편으로 인해 망각 속에 던져진다.
독자는 아무도 모르는 외딴 곳에 섣불리 따라나섰다가 갑자기 내동댕이쳐진다. 이런 작가를 원망해야 할까, 감탄해야 할까. 서사 구조나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엉망진창인 졸작이라며 큰소리로 욕을 하거나, 내팽개쳐진 곳으로부터 왔던 길을 되밟으며 홀로 조용히 돌아오거나.
《버섯 농장》, 성혜령(지음), 창비, 2024
성혜령의 단편 소설집 《버섯 농장》에는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고, 그 글들에는 모두, '죽음'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글에도, 어떤 방향으로든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가족이 죽었거나, 방금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죽거나, 곧 죽을 병에 걸렸거나, 죽음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나를 죽일 것 같은 사람이 찾아오거나, 가까운 사람이 나를 아주 천천히 죽일 것 같거나.
그는 자신의 공간을 선명한 이미지로 만들어 머리 속에 세우는 데 뛰어나다.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쇠락한 시골의 비닐하우스, 소독약 냄새가 풀풀 나는 병원, 말똥 냄새가 남은 별장, 호우경보로 당장 물이 넘칠 것 같은 계곡에 도착한다. 등장 인물들이 활약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꾸미고, 배우들은 그 덕에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책에 실린 소설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소설들을 모은 것이다. 이 중에는 국내 유명 문학상을 받은 것도 있는 모양이다. '작가의 말'은 한참 나중에 읽으려고 했지만 무심코 보고는, 병과 죽음이 짙게 드리운 이유를 알아버렸다.
최신 한국 소설을 읽고 '이 소설은 또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이 단편집은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로 읽고 싶어졌다. 2021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발표한 작품은 아직 많지 않고, 장편 소설은 물론 없다. 부디 그 자신을 잃지 않고 써낸 장편 소설을 언젠가 꼭 읽어 보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밴드를 꼽거나 하는데, 내 경우에는 '내 최애 가수는 이 사람'하고 명심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자주 바뀌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누군가 또는 스스로 물어보면 잠시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에 '한국 가수 중에는 누구를 제일 좋아하지?'하고 떠올려 봤는데, 아무래도 이찬혁 같다. 전작도 훌륭했는데, 이번 신작도 버릴 곡이 없다. 앨범 중 '비비드라라러브', '멸종위기사랑'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이 곡을 꼽겠다.
이찬혁이 자신의 밴드를 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