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 중간세계에서 당신의 지위는 몇입니까?
지피, 《스테이시》 (2025)
SNS 또는 소셜미디어가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만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든 뭐든 상관없이 구독자나 팔로워가 몇 명인지가 영향력을 측정하는 정량적 지표가 되고, 그것은 곧바로 실질적 이익으로 환전된다.
팔로워를 늘이려는 노력은 이제 처절하다. 유튜브에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를 애절하게 외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몸을 전시하고, '챌린지'라며 억지 유행을 따라하는 것이 진짜 유행이 되어버렸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서비스 '스레드'(Threads)를 내놓았을 때, 그 무주공산을 차지하려는 인정투쟁은 고지전(高地戰)을 연상시켰다.
소셜미디어는 이제 '가상공간(cyberspace)'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 사이 어디쯤 있는 "중간세계"(131)가 되어버렸다.
《스테이시》, 지피(지음), 강희진(옮김), 북레시피, 2025
그래픽노블 《스테이시》의 주인공 지아니는 티비 인터뷰에서, 여자를 납치해 유린하는 (실제로 자면서 꾸는) 꿈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캔슬 컬처의 희생자가 된다. 자신을 존경한다던 팬들은 모두 돌변해 그를 공격하며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친구,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다를 바 없었다.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유명 만화작가인 저자 지피(Gipi)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일로 인해 지피는 2021년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2023년에 이 《스테이시》로 복귀하며 작가답게 작품으로써 논란을 정리한다.
팔로워가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 난 그런 사람들이 정말 두려워. 무슨 말이냐면… 그런 사람 중 하나가 어떤 이유로든… 당신을 엿먹이자고 마음 먹는다면… 당신 삶은 한방에 끝장날 수 있다는 얘기야.(128)
(…)
중간세계를 지배하는 여왕 같다고나 할까… 그녀는 아주 특별한 반지를 쥐고 있지. 은총을 베풀거나 죽음을 내릴 수 있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말이야.(131)
지아니의 그 꿈은 '스테이시'라는 여자를 납치해 감금하고 유린하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그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등을 연구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런 꿈을 꿨을 수 있다. 문제는 작가답게 너무 생생하게 묘사했고("스테이시는 버터처럼 달콤해."), 그 생각을 현실에 말로 풀어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악몽을 '지아니는 (잠재적)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현실로 받아들인다. 소셜미디어라는 "중간세계"는 이렇게 가상을 씹어 현실로 내뱉는다.
지아니는 망상 속으로 빠져든다. 그 속에서 (곧 자신인) 악마와 끊임없이 대화(혼잣말)하고, 지하 창고에 갇혀있는 스테이시에게 호소한다. 어떻게든 현실에 갈고리를 걸어 망상으로부터 간신히 기어올라오긴 하지만 더이상 이전의 지아니는 아니다.
이제 나는 네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도록 널 부추길 거고, 밤마다 줄곧 따라다니면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잠 한숨 못 자도록 네 옆에서 쉬지 않고 지껄여댈 거야. (57)
이제 소셜미디어는 여러 국면에서 치명적이다. 쿨한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연애를 하기 위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작품을 알리기 위해,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명성을 얻기 위해, 현대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하다.
모든 이야기를 몇 장의 사진, 200여 자를 넘지 않는 글, 몇십 초 되지 않는 영상 안에 욱여넣어야 하기 때문에 축소되고 잘려나가고 생략되어 ‘자극’으로 변태한다. 숙고할 여지는 없다. 엄지손가락은 이미 다음 것을 볼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옆에서 말 걸 준비를 하고 있는 괴물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지 않은가?
악은 한 길로만 똑바로 가지 않아. 오히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악은 말이야, 순응하는 듯하다 비뚤어지기도 하고 그래.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이때다 하고 기회를 이용하지. 열과 성을 다해서. (54)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어떤 사람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이나 발언을 했다고 판단될 때, 그를 배척·보이콧·회피하거나 해고하는 문화적 현상을 가리키며, 종종 소셜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이러한 배척은 소셜 미디어나 현실에서 사회적·직업적 관계망에까지 확장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주목받는 사례는 유명 인사를 포함한다. 이렇게 배척의 대상이 된 사람은 “캔슬 당했다”(canceled)고 표현된다." (출처: Wikipedia)
— 〈노상기록〉 54호(2025.8.11)




이기면 혜택이 주어져~~잉
착하거나 성실하거나 배려깊은 건 직접적인 혜택이 읎써~~잉
막 이겨야 돼~~잉
세상이 변할 때 눈치 잘 보고 있어야 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