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 왕유 연작을 시작하며
왕유, 《왕유 시전집》 (2017)
7월은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네요. 너무 더워서 정신을 못 차렸던 걸까요.
이번 달 말일까지 〈노상기록〉 8월 멤버십을 모집합니다.
전각(篆刻)을 새기는 즐거움 중 하나는, 깊이 감명 받은 글을 펜으로 쓰는 것에 멈추지 않고 내가 느낀 정취를 돌에 새겨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돌에서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새기고 싶어서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글을 발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일상에서는 한글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글을 새길 수도 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것부터 많은 면에서 한자와는 다르다. 그래서 좋은 글을 찾으려면 책을 봐야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책들은 많이 있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논어》부터 시작해서 《명심보감》, 《고문진보》, 불교의 가르침에 이끌린다면 다양한 불경도 있다. 교훈적인 내용보다 예술적 취향을 선호한다면 한시(漢詩)로 넘어갈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한시의 절정기로 평가받는 당나라 시기의 한시들을 엄선한 《당시삼백수》가 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당시(唐詩)의 대표적 시인으로는 이백(李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세 명을 꼽는다. 차례대로 시선(詩仙), 시성(詩聖), 시불(詩佛)이라고 칭하는 것에서 각자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
전각을 새기다보면 따로 떨어진 단편적 내용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연작(連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의미를 만들고 싶어하는 충동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가장 가치 있는 글을 선택하여 이 노력을 집중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침 선생님께서 48호에 남겨주신 댓글에서 영감을 얻어 앞으로 왕유의 시를 연작으로 새겨보기로 했다.
襄陽好風日 留醉與山翁(양양호풍일 류취여산옹)
양양, 바람도 볕도 좋으니
산 속 늙은이 곁에 머물며 흐드러지게 누려야겠다— 왕유, 〈漢江臨眺〉(한강에 배 띄우다) 중
그의 시는 《당시삼백수》에도 여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오언고시: 57~69
칠언고시악부: 287~300
오언율시: 396~409
칠언율시: 507~515
오언절구: 611~615
칠언절구: 657
칠언절구악부: 721~722
이왕 그의 시를 새겨보겠다고 마음먹은 바에야 전체 작품 세계를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과욕 또는 완벽주의가 고개를 쳐들었다. 박삼수 교수가 왕유 시 전집 및 연구서를 내놓은 것이 눈에 띈다. 시 전집은 "왕유의 시 308편 376수를 모두" 옮겼고, 자연시, 교유시(1, 2), 정치시, 이념시, 여성시 등 6권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제1권 '자연시'를 읽어보기로 한다.
사실 한시는 한자와 그 해석이라는 벽, 그 시가 쓰여진 시대에 대한 지식의 벽 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높은 벽은 그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느냐일 텐데, 나도 이삼십 대에는 지금만큼의 감동은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이 장벽들은 전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긴 하다. 지금 시대에 한자를 쓰는 것은 어쩐지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니 누구 탓을 할 것도 없고 더 좋아하지 못하는 것을 염려할 뿐이다.
— 〈노상기록〉 49호(2025.7.28)





학창시절 전공이라 당시선독을 배웠어요. 당연히 왕유 작품도 배웠고요. 작품은 하나하나 기억나지 않는데, 이백, 두보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던 느낌만 남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소개해 주신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