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이지만 가보고 싶었다. 궁금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은 기대도 함께 만들어진다.
집에서, 기묘하게 길어 비현실적인 율곡터널을 통과해, 창경궁 담벼락을 곁에 두고, 이름이 예쁜 혜화동까지 걷는 길이 좋다.
꽃과 나무가 다시 살아날 때, 창덕궁으로 들어가 창경궁으로 나오는 길은 일 년을 힘내게 해준다. 지금은 찬 눈에 묻혀 있지만 이제 두 달만 견디면 된다.
이 '차가운 겨울'로 생겨난 은유 덕에 한국인들은 계속 살아남고 독해졌는지 모른다. 곧 봄이 온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다.
찬 맞바람을 맞으며 '위트 앤 시니컬'에 도착해 시집 두 권을 사서 돌아왔다. 김행숙의 《사춘기》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위트 앤 시니컬’에서 〈2025년 새내기를 위한 추천 시집 목록〉을 만들었다. 시집은 다른 책들에 비해 고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추천 목록은,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어도 대략 어디쯤을 가리키는 이정표 역할은 한다.
좀더 정보를 얻어볼까 싶어 대형서점에서 문예 계간지들을 뒤적여 봤다. 매번 느끼지만 참 사서 볼만한 책들은 아닌 것 같다. 언제나 그들만의 리그 같은 위화감과 바로 뒤따라오는 거부감.
잡지들이 멸종되어가는 시대에 문예지만큼은 이렇게 많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최근 어떤 글을 보니 작품을 실어주는 대가를 요구하는 문예지들이 꽤 많다고 한다(그 글에는 단가까지 공개되어 있었다).
결국 그게 비결인가. 어떻게든 작가의 칭호를 얻고 싶은 자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방법. 이 시대에 작가처럼 균질하고 무차별적인 호칭이 또 있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