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 "뛰어난 솜씨는 서툴게 보인다"
대교약졸(大巧若拙)
《노자》(老子)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뛰어난 솜씨는 서툴게 보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졸'(拙)이라는 글자가 참 재밌어요. 사전에서 찾아보면 긍정적 의미라고는 별로 없는데, 예술에서 가장 높은 경지는 이 '졸함'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가령 '고졸(古拙)하다'는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알게 된 중국 현대 전각작가의 작품 중에 마음에 쏙 들어온 것이 있습니다. 단옥붕(段玉鵬)이라는 작가의 "행사막장천리착"(行事莫將天理錯)1입니다.
보시면 음각으로 새긴 선들이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고, 끊겨있기도 하고, 좌우대칭은 신경도 쓰지 않았고, 가장자리를 뚫고 나간 선도 있고, 새기다가 돌이 터진 것 같이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쓴 글씨 같죠.
그러나 저도 모르게 이 작품을 한없이 들여다보며 감탄하게 됩니다. 그건 화려한 기교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같은 것 때문 아닐까요. 마구 새기면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손으로 직접 해보면 압니다. 제 실력으로는 아직 다가갈 수 없는 경지죠.
"전각의 열 아홉 가지 아름다움"2 중 이 '졸'에 해당하는 아름다움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네요.
착잡방종(錯雜放縱): 어수선하고 방종한 아름다움
구이변화(求異變化): 독창성과 변화의 아름다움
파잔자연(破殘自然): 파손된 자연의 아름다움
교졸포국(巧拙佈局): 교묘함과 서투른 구도의 아름다움
조세모순(粗細矛盾): 굵고 얇은 모순의 아름다움
나머지 아름다움은 이렇습니다.
평정규구(平整規矩): 평평하고 단정한 아름다움
균칭포치(勻稱佈置): 균형 잡힌 구도의 아름다움
주백대비(朱白對比): 주백 대조의 아름다움
대칭장식(對稱粧飾): 대칭 장식의 아름다움
운율호응(韻律呼應): 운율 호응의 아름다움
협조통일(協調統一): 조화 통일의 아름다움
증손호응(增損呼應): 증감 호응의 아름다움
참치상간(參差相間): 들쑥날쑥하고 뒤섞인 아름다움
이위원조합(移位元組合): 위치이동과 조합의 아름다움
나양조합(挪讓組合): 옮김과 조합의 아름다움
신축피양(伸縮避讓): 신축과 양보의 아름다움
상감조합(镶嵌組合): 상감3 조합의 아름다움
회문포배(回文布排): 회문4 배치의 아름다움
변난수식(邊欄修飾): 인장 가장자리 장식의 아름다움
이번 생에 저 아름다움들을 모두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어딘가에 있는 아름다움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만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일을 행함에 하늘의 이치를 그르치지 말라."
《마이 훼이보릿 띵즈》, 박종규(지음), 수겸당, 2023
두 글자를 하나로 합치거나 연결시키는 것.
문자를 역방향으로 돌린 배치.





헉 도장도 너무 귀엽네요…!
채근담에 나온 말인데, 지극히 고상함은 지극히 평범함에 있고, 지극히 어려움은 지극히 쉬운 것에서 비롯된다 라는 말에 연장해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