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 평행우주를 산책하다가
진입금지 당함.
새로 그은 횡단보도를 건너, 짧은 산책을 할 때 지나는 골목길로 향합니다. 이 길에 들어서면 다른 평행우주로 진입하는 관문이 열리며 감정의 시공간이 뒤섞입니다.
참수 당한 화살표는, 이 길에서는 더이상 너의 세계에 머물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매번 그 진입금지 경고를 무시하고, 기대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며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이 길에 들어서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치뤄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길로 뛰어가고 싶어했던 대가입니다. 조금 일찍 눈치챘다면 돌아가 다른 길을 찾았겠지만 이제 곧 문이 닫힐 시간입니다.
어떤 시간기술자가 만들어놓은 파란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여기가 그 정도로 싫지는 않으니 저 문은 열지 않기로 합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겠죠. 저 문을 열면 콱 막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고 연결되지 않은 팔열지옥 중 한 곳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이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저 대문이 열린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므로 저것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집'을 정의한 후에, 저 대문의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이 정말 '사람'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그 사람(사람이 맞다면)이 그곳에 살았다는 증거를 제출하시오. 어느 하나라도 따르지 않는다면 저것은 집이 아니란 말이지.
길이 끝나 뒤로 돌아 걷습니다. 맞는 방향인 것 같군요.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기대도 사라집니다. 아까와 같은 길이 아닙니다. 문이 닫힙니다.
스무 살이 넘은 후론 이 길을 왔다갔다 한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