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2 "얼음을 깨어와 차를 달입니다"
잠시 시선을 돌려봅니다.
세상은 어지럽고 마음은 조마조마합니다. ‘오늘은, 오늘이야말로…’ 하는 바램으로 잠에서 깨자마자 뉴스를 확인하는 게 저뿐만이 아니더군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상(正常)이 이렇게 다릅니까? 대화, 설득, 협상이란 말들이 무색해집니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라는 책이 있습니다. 중국 명나라 때 장호(張灝)라는 사람이 고전 명구(名句)들을 전각 작가들에게 의뢰해 만든 작품들을 모은 책입니다.
저도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빌려와 새기곤 합니다. 이번에 가져온 것은 “煎茶取折氷”(전다취절빙). "얼음을 깨어와 차를 달입니다"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가요? 저는 이 문구를 읽는 순간 여러 감각이 들썩였습니다. 살을 에는 듯이 차가운 얼음, 달그락거리는 찻주전자, 뜨겁게 끓는 찻물, 새어나오는 수증기, 벌겋게 타는 땔감, 방 안에 퍼지는 차향. 이 스산한 겨울에 필요한 심상(心象)입니다.
이 글은 당나라 말기 시인 조송(曹松)의 《山中寒夜呈進士許棠》 중 한 구절입니다. 전체 시는 이렇습니다.
山寒草堂暖 , 寂夜有良朋。
讀易分高燭 , 煎茶取折冰。
庭垂河半角 , 窓露月微棱。
俱入論心地 , 争無俗者憎。
겨울밤 산 속 집에서 가까운 벗과 차를 나누며 학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정취를 즐기는 내용입니다.
밖은 춥지만 마음은 핫팩 같은, 그런 겨울이 됐으면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