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zine)이라 하면 ‘매거진’(magazine)에서 나온 말이긴 한데, 일반 매거진(잡지)과는 다른 의미로 쓰입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발행 주체가 개인 또는 소규모 집단
주로 D.I.Y.로 제작
자유로운 내용과 형식
이렇다 보니 주류 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디 매거진이라고도 하죠.
이런 진을 꼭 만들고 싶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아주 예전 이십 대 때 다니던 회사의 지원으로 당시 유행이던 웹진(webzine)을 몇 호 만들어보기는 했죠.
지금 제가 만들고 싶은 건 종이로 된 진이에요. 이 뉴스레터에서 이것저것 늘어놓았던 구상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야심차게 창간하는 잡지들을 보면 처음 두세 개 호는 내용이 꽤 알찹니다. 창간 전 쌓아놓은 기획과 아이디어들이 많을 테니까요. 그런데 발행을 거듭할수록 처음의 총기는 사라지고 결국은 평범한 잡지가 되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렇게 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주목한 건, 매호마다 테마는 있지만 그 위에 있어야 할 세계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 잡지만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독특한 테마가 있어도 고유한 관점으로 풀어낼 수가 없는 거죠.
‘그럼 너의 세계관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당장 자신 있게 ‘예,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대답은 못합니다. 이번에 새삼 느꼈네요. 내 속만 실컷 들여다보다가 세상을 쳐다보려니 근시가 된 것 같습니다.
부여잡은 실마리 하나는 ‘아날로그’입니다. 복고적으로 소비되는 아날로그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아날로그랄까요. 제 직업적 삶이 디지털 도구들로 이루어졌었다면, 나머지 삶은 아날로그적 세계로 채워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진을 발행하기까지의, 그 좌충우돌의 과정을 이 뉴스레터에도 연재해 보겠습니다.
저도 한때 만들어보려고 했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네요. 호찬님은 어떤 진을 만드실지... 기대하겠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내 영자신문사 편집장을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국문 신문에 비해서 훨씬 자유로운 형식이라서, 제가 원하는 여러 디자인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거든요.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어떠한 형태의 "zine"이 나올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