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읽기 《감시 자본주의 시대》 (1)
어떤 책은 읽기 전부터 흥분되고 빨리 다 읽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책 주제가 평소의 관심사, 의문과 일치하면서 다 읽고나면 많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났다. 쇼샤나 주보프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라는 책이야. 부제는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인데, 이것만 보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런 내용은 아니고.😏
'감시 자본주의'에 대한 용어 정의는 이렇게 돼있어.
인간의 경험을 무료로 추출하여 예측, 판매로 이어지는 숨은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려는 새로운 경제 질서
상품과 서비스 생산이 전 지구적 규모의 새로운 행동수정 아키텍처에 종속되는 기생적 경제 논리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부, 지식, 권력의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악성 돌연변이
감시 경제의 토대를 이루는 틀
19세기 및 20세기에 산업 자본주의가 자연에 가한 위협에 견줄 만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위협
새롭게 등장해 사회를 지배하려 들고 시장 민주주의에 갑작스러운 도전을 제기하는 도구주의 권력의 기원
총체적 확실성에 근거해 새로운 집단적 질서를 부과하려는 움직임
위로부터의 쿠데타에 상응하는 중대한 인권 박탈, 즉 국민주권의 전복
매우 비판적이지? 이 책을 기대하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내 직업적 딜레마 때문이야.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서비스 성공에 활용해야 해. 그렇지만 그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옳은 일로 남으려면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지가 고민이야. 고객이 약관에 동의했다는 것을 모든 것의 핑계로 쓸 수는 없으니까.
최근 테크 업계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갖고 있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화두는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야. 난 이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데,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이런 사업을 당장 시행할만큼 모든 면에서 준비가 돼있는지 잘 모르겠어. 특히나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을 보면 무서울 정도야.
쇼샤나 주보프, 《감시 자본주의 시대: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2021.
Shoshana Zuboff,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 2019.
저자인 쇼샤나 주보프는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 사회심리학자, 철학자라고 해. 책의 저자 설명에 따르면,
주보프가 쓴 세 권의 저서는 각 시기에 기술 사회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1980년대 말에 출간된 《스마트 기계의 시대》는 컴퓨터가 어떻게 근대적 작업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인지를 예견했다. (중략) 21세기 초에 쓴 《지원 경제》는 디지털 기술로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자본주의의 부상을 예고했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시스템이 작동하는 세계, 테크놀로지의 사용자가 그 시스템의 고객이 아니라 원재료가 되는 세계를 폭로한다.
《스마트 기계의 시대》, 《지원 경제》는 한국어판이 없네.
In the Age of the Smart Machine: The Future of Work and Power, 1988.
The Support Economy: Why Corporations Are Failing Individuals and The Next Episode of Capitalism, 2002.
앞으로 이 책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읽으면서 정리해 보려고 해. 제대로 서평을 쓰려면 책을 모두 읽은 후 정리하는 것이 맞겠지만, 난 서평이라기보다는 책 읽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 그러다보면 앞에서 이해 했던 내용이 뒤에 가면 잘못인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야. 그럴 때는 취소선을 긋고 수정하는 걸로 하자고.
아무튼 나 지금 몹시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