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한밤중의 골목길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밤늦게 버스 창밖으로 어느 동네의 골목 초입이 보입니다. 저 입구 뒤는 자시(子時)가 끝나는 새벽 1시에 어떻게 변할까? 새벽 3시에는? 그런 몽롱한 상상을 합니다.
나이를 먹고 아쉬운 점 하나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꾸던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는 거예요. 남의 꿈얘기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지만, 주로 이런 꿈이었죠.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데 저 멀리 칠흑 같은 낭떠러지가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전혀 위험하지 않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길을 따라 똑바로 걸어도 낭떠러지가 가까워지고, 결국은 떨어집니다. 기어오를 수 없는 우물 같은 곳이기도 하고, 한없이 추락하다 놀라 잠에서 깨기도 합니다. 키 크는 꿈이었을까요? 요는 적시지 않았습니다.
밤의 골목길은 범죄와 불안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꿈과 현실이 뒤섞인, 저 안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꿈에서 본 곳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만듭니다. 그걸 찍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지만 낮은 제게 너무 밝네요. 제가 요행을 가장 바랄 때가 사진 찍을 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행성 창작 활동이랄까요.
이제 밤이 일찍 찾아오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