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도서관
참으로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전산화가 좋긴 좋구나. 서울도서관이 문을 열었을 때쯤 발급 받았던 플라스틱 회원증도 필요 없이 서울도서관 앱의 QR코드를 찍으니, 역시 앱으로 신청해놓은 책을 내주기까지 일사천리다.
앞으로 사기 힘든 책은 도서관을 적극 이용해야겠다. 정가의 세 배나 주고 중고책을 살 수는 없지. 대출 받은 책은 《진리의식의 마음》. 어제 글 하나를 읽고 내친 김에 ‘카르마’ 개념을 정리하려고 《인도사상사》에서 카르마 내용만 읽다가 발견한 사상가이자 요기인 오로빈도 고세(Aurobindo Ghose, 1872-1950)의 책이다.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이상이 되어야 할까? 관심사들의 외면적 연합만이 아닌 내적 하나됨에 의한 인류의 통일, 단순한 동물적·경제적 생명 또는 단순한 지적·미적 삶으로부터 영적 존재의 영광 안으로 소생하는 것, 인간은 그 인간성이 진정한 초인간성(supermanhood)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영의 힘을 물리적 틀과 정신적 도구 안으로 쏟아붓는 일, 이렇게 셋이다. 진정한 초인간성이 그 동물의 상태(여기에서 인간이 흘러나왔다고 과학은 말하는데)를 능가하는 정도만큼, 그 초인간성은 우리의 현재 상태를 능가한다. 이 셋은 하나이다. 인간의 통일과 인간의 자기 초월은 오직 영 안에서 살아갈 때에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인도사상사》, p.728
2. 슬로우 워크
아래는 신간 《슬로우 워크》를 ChatGPT가 요약한 내용이다.
칼 뉴포트의 '느린 생산성(Slow Productivity)' 개념은 현대인의 과잉 생산성 문화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제시합니다. 그는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꾸준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접근 방식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만족과 깊이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뉴포트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일정량의 중요한 작업에 집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일에 동시에 매달리기 때문에 진정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뉴포트는 중요한 작업 몇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더 높은 질의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동시에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작업 속도를 줄이기
빠른 속도로 일을 끝내는 것이 중요해 보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집중력과 작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느린 작업을 통해 더 높은 질의 결과물을 얻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이 뉴포트가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바라보게 하고, 조급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습니다.
작업량 조절과 제한
작업의 양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입니다. 우리는 종종 할 일을 계속 추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피로를 초래합니다. 뉴포트는 ‘일의 총량을 줄여라’고 조언하며, 대신 의미 있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제안합니다. 이로써 개인의 능력 한계에 맞춰 일정을 조절하고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느린 생산성의 혜택
스트레스 감소: 속도에 치우치지 않고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므로 압박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성과의 질 향상: 더 깊이 있는 사고와 계획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과: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하며,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칼 뉴포트는 이러한 느린 생산성을 통해 인생의 여러 중요한 목표와 작업에서 더 깊은 만족감과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을 사기 전에 이렇게 미리 요약된 내용을 읽어보면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이 되겠다. 이제 목차보다 더 자세한 내용과 구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다 읽어봐야 겠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저 모든 사항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국 직장인들에게는 현실과의 괴리만 느끼게 만들 공산이 크다. 그 부작용을 잘 안다.
이 책이 아마존에서 ‘Best Books of the Year So Far 2024’라는 목록에 올라있는데, 요약만 보면 좀 이해는 안 된다.
3. 미스터비스트
〈MrBeast 제작에서 성공하는 법〉(How to Succeed in MrBeast Production) 한국어 번역
‘미스터 비스트’는 무려 3.17억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인데, 알게 된 건 일 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이 채널에 들어가는 순간 흘러나오는 한국어 음성에 놀라게 된다. 규모가 있다보니 한국어 더빙까지 한다. 컨텐츠 내용은? 전혀 관심 없는 종류다.
최근에 이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문서의 PDF가 유출됐다. 참고할 점이 있지 않겠나 싶어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번역을 했다.
4. '유튜브 수사법'
'유튜브 수사법(rhetoric)'이란 개념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영상 수사법'으로 확대한다면 유튜브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서 꽤 멀어질 것 같다(누군가 참고할 방향성만이라도 정리해놨으면 좋으련만). 일단 생각나는 대로 필터 없이 휘갈겨보면,
변덕스럽고 전지전능한 '신'으로서의 알고리즘이 이 세계의 규칙을 만듦
구독자 -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은 좋아요, 댓글 등뿐만이 아니라 수퍼챗, 스폰서, 유료 구독, 상거래 등 경제적 교환으로까지 확대중
출연자의, 표준화되지 않은 다양한, 날것의 ‘에토스’를 무한에 가깝게 찾을 수 있음
미세한 것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큰 흐름과 갈래가 있는 다양한 ‘파토스’가 있음
그에 대한 여러 비평, 비난, 추앙 등이 뒤섞여 있지만 그런 담론들은 시청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임
큰 인기는 없는 ‘로고스’의 영역이 있음 — 이 로고스 영역이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에토스나 파토스와 연결, 결합되지 않으면 그 채널은 성장이 힘들어 보임
가령, 책을 다루는 채널 중 1백만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곳은 찾기 힘듦
사람들의 감정, 파토스와 연결시키려는 (유사) 심리학 관련 채널들은 성장
육체적 욕망, 쾌감 등 원초적 영역을 자극하는 채널이나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함
정치 영역의 경우, 분명한 당파성이 필요하고 선동을 위한 채널들이 주목과 영향력을 획득함
진지한 주제의 채널들도 상품 판매, 스폰서 등의 수익활동을 하는 것이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음
예를 들어, 심각한 정치 현안을 토론하던 패널이 광고 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상품을 집어들고 광고 내용을 읊는 것을 보고 순간 낯섦을 느꼈음
채널 유지와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임. 오히려 후원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음
시청자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매체 중 하나가 유튜브다.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하면 그 악명 높은 알고리즘에 채널의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변덕도 그에 못지 않다.
가장 즐겨보는 채널은 〈매불쇼〉다. 독보적인 진행자 최욱은 천재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번뜩임을 보여준다. 그에게서 발견한 패턴이 하나 있는데, 출연자를 소개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 출연자만의 캐릭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일종의 캐릭터쇼로 만든다.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표현의 수위나 폭이 자유롭다보니, 해당 출연자의 단점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띄우기도 하고,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드러내 오히려 해명의 기회를 주며 시청자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도 한다. 매주 반복되는 같은 코너에 같은 출연자가 출연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이 캐릭터 부여 역시 매주 반복된다. 그러면서 캐릭터는 쌓여가고 강화되고 변화해간다. 물론 여기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최욱이다.
유튜브의 이런 독특한 역학을 파악해보고 싶다.
외계인님 참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쉬우면서도 어려운 글 잘 읽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