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과정
매체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이런 거에요. 어떤 작업의 결과뿐만이 아니라 과정까지 공개 또는 공유의 범위에 포함됐다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완성된 책뿐만이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 지은이의 일상적인 생각, 감상, 소비 등도 공개하게 됐다는 겁니다.
최종 결과물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죠. 이전에는 그것만으로 평가 받았기 때문에 더 중요했구요.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까지 평가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완벽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을 함께 공유받는 사람들은 매 순간의 완벽함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가는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갖는 건 아닐까요? 모든 과정에서의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실패하기도 하고 그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이야기, 그건 인류가 몇 천 년 동안 싫증내지 않는 패턴이기도 하니까 말이에요.
이건 소셜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 두 사람의 과정을 끈기있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팔로워들의 순간순간을 스쳐지나가고, 그 중 눈을 사로잡는 것들만 시간을 조금 더 할당 받으니까요. 한 사람의 서사가 만들어지고 전달될 수가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순간적인 과정들마저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과정마다 완벽하다는 건 시작부터 완벽하다는 것과 같겠죠. 천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보니 거짓을 섞는 거죠. 처음부터 완벽하고 잘하는 것처럼 꾸며서 그럴듯하게 만듭니다(기업 마케팅이나 브랜딩이 떠오르는군요). 마침 디지털은 그런 일에 최적이죠.
결과물을 만든 사람은 파토스에 걸맞는 에토스를 진심으로든 거짓으로든 ‘인스타그램 크기’로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고, 종종 너무 커져버린 그것에 오히려 잡아먹히는 경우도 목격하게 됩니다. 과정이 숨겨진 채로 공개된 완벽한 결과물에서 느끼던 경이감은 이제 기대할 수가 없어요.
〈곽튜브〉
개인 서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유튜브 〈곽튜브〉 채널입니다. 그의 5년 전 첫 영상은 참고 보기 힘든 수준이에요. 야망을 품고 시작했다가 서툰 영상 몇 개만 흔적으로 남기고 사라져버린 많은 유튜버들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의 허술함, 친근한 외모, 학교폭력 피해자로서의 상처, 어려운 집안 사정 등이 뛰어난 언어 및 외국어 능력, 절실함, 끝내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와 잘 어우려져 곽튜브라는 매력적인 인간 또는 캐릭터가 만들어졌죠(어찌 보면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의 도전’이라는 컨셉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의 서사와도 닮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된 의도를 가지고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잘 나가다가도 실수 한 번 하거나 과거의 오점이 밝혀지면 나락으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곽튜브는 가졌던 것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영리한 사람인 것은 분명해요.
과연 방송인이 아닌 유튜버로서의 그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요? 성장을 멈추고 이미 만들어 놓은 이미지로만 유지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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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곽튜브 엄청 애기애기하셨을 때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