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강국 일본에는 어떤 새로운 문구들이 나왔는지 궁금해서 올해 2월에 발간한 〈문방구점 대상 2024〉를 뒤늦게 훑어봤어.
이젠 문구를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으로, 다시말해 나한테 꼭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보게 됐어. 예전에는 예쁘고 귀엽고 신기하면 갖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는데, 이제는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인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버릴만큼 훨씬 더 나은 것인지를 따지게 됐어.
그런 관점으로 보니 올해에는 매력을 뿜어내는 문구가 별로 없네. 신기한 물건이네 정도의 것들이 몇 점 있었달까. 가령 이런 꾸미기용(decoration) 펜 같은 것인데, 굵은 펜과 가는 펜이 한 방향에 함께 있어.
문구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개념의 뭔가가 나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상품을 아주 조금씩 끊임없이 개선하고, 디자인을 달리 하고, 유행에 맞게 조정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변화시킬 것이 없으면 이른바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전통과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사실인지 허구인지 확인하기도 애매하고 귀찮은 몰스킨이나 블랙윙의 경우처럼 말이야.
〈문구問具〉 시리즈는 문구, 연장, 방법론 등 다양한 도구들에 관해 다룹니다.
올해 대상은 펜텔 ‘Mattehop’이라는 꾸미기용 겔펜이 받았는데, 어떤 펜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이미 판매하고 있더군. 발색이 불투명하고 매트해서 포스터컬러 같은 느낌이 나는 펜이라고 해. 내게는 별 필요가 없는 펜이었네.
이 〈문방구점 대상〉을 매년 선정하는 과정을 설명해 놓은 페이지가 있어서 살펴보니 13곳의 문구점, 즉 나가사와 문구센터, 핸즈, 마루젠, 유린도, 요도바시카메라, 로프트, 노벨티연구소, 이시마루 분교도, 오피스벤더, 구자마와서점, 코창포, 세이분칸서점, 츠타야서점 등이 심사원 역할을 하더군(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에 명칭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우리 문구 매니아들은 일본 여행 가면 문구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잖아? 저 13곳 중 반은 알고 반은 모르겠는데, 나중에 일본 가면 들러봐도 좋을 것 같네. 문구를 직접 보고 만지게 되면 아까 말한 구매 기준이 한없이 너그러워지며 관용도가 높아지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