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시를 보고 왔어.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진행중인 〈밤 끝으로의 여행〉이라는 전시야. 예전에도 여기서 보고 싶은 전시가 있었는데 미루다 놓치고 말았었지. 그래서 이번에는 끝나기 전에 일찌감치 다녀왔어.
“‘밤’이라는 주제 아래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인데, 훌륭한 사진도 있었고 단 몇 초도 쳐다보고 싶지 않은 사진도 있었어. 결론적으로는, 앤설 아담스의 〈뉴멕시코 헤르난데스의 월출〉 단 한 작품만 본다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전시였어.
이렇게 폰으로 찍어 온 사진으로는 원본의 감동을 당연히 전혀 느낄 수가 없는데, 이 작품 앞을 떠나기가 힘들 정도였어. 멀찍이서 보고 가까이서 들여다 보고 이리저리 보면서 즐거웠어. 대가의 대작.
사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만을 위해서라도 이 전시를 관람하는 걸 추천 드려. 오후 세 시쯤 갔는데 어두컴컴한 전시관에서 조용히 내 숨소리와 발소리만 들으면서 ‘작품 대 나’로 감상했어. 대화에 끼어들 사람이 없었지.
이 뮤지엄한미가 삼청동 깊은 구석에 있어서 가기 힘들 수도 있는데, 광화문에서 마을버스 종로11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근처여서 찾기 쉬울 거야.
지하1층 카페 창 너머에 이런 작품이 있더라. 카페 테이블에 앉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 듯 했어. 더위가 더위인지라 아래에 물이 깔려있어서 더 시원하게 느껴지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