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신사를 보신 적 있나요?
요즘 ‘신사’(紳士)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아. 워크자켓을 입고 일하는 나한테 동료들이 덥지 않냐고 물으면 농담으로 ‘신사가 맨살을 보일 순 없지’ 같은 🐶드립도 날리고… 신사는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말해. 그런데 젠틀맨(gentleman)의 번역어를 왜 신사로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서, 사전을 좀 더 찾아봤어.
“명 중기~청 말기의 관직 경력자인 '신(紳)'과 관직 경험이 없는 학위 소지자인 '사(士)'로 구성된 지배층”을 신사층(紳士層)이라고 했대. 설명을 다 읽어보니 결국은 중앙정부와의 타협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 지방 토호세력이었다는 거네.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네.
신사가 계속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도 했어. 오십 대 전후 중년 남성들은 어떤 롤모델을 가져야 할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야 할 나이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삶의 목표가 희미해지고 무의미함을 느낄 수도 있는 시기에 그나마 주위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대로 좋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전적 의미만으로도 쉬운 목표가 아니야.
“사람됨과 몸가짐이 점잖고”: 훌륭한 인격과 절제하는 자세
“교양이 있으며”: 범위와 수준을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지적인 생활
“예의 바른”: 사회에서 요구되는 규범을 지키고 더 나아가 모범이 될 수 있는 태도
단지 수트 잘 차려입고 말쑥한 외모를 갖는다고 해서 신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란 얘기지. 내면적인 성숙, 지적인 생활태도, 사회적인 생활에서의 모범 등 전인적(全人的) 인격을 갖춰야 하는 거야.
살아오면서 저런 사람을 얼마나 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