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의 간단한 정의는 “사람들을 속이는 의도적이고 기만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p.11)이고,
좀 더 상세한 정의는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 결정 또는 선택을 저해하거나 손상하는 상당한 효과를 활용하여 디자인 또는 조작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의미”(p.23)하고,
가장 세심한 정의는 이거야.
온라인 플랫폼 내 온라인 인터페이스의 다크패턴은 의도적으로 또는 사실상 서비스 이용자가 정보에 기반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능력을 물질적으로 왜곡 또는 손상하는 관행이다. 이런 관행은 서비스 이용자가 자기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원치 않는 행동을 하거나 원치 않는 결정을 내리도록 서비스 이용자를 설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p.24)
바로 이해되는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보험 약관에서 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인쇄(지금은 규제하고 있지만)하는 것도 다크패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또 게임에서 ‘가챠’라고도 하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역시 규제를 준비중인)도 해당될 수 있겠네.
《다크패턴의 비밀: 기만적인 온라인 설계는 어떻게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가》, 해리 브리그널(지음), 심태은(옮김), 어크로스, 2024
이 책의 저자가 다크패턴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고, 이제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기만적(deceptive) 패턴’이란 용어를 선호한다고 해.
이 패턴의 근원은 인간의 탐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비스 사용자를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야. 아래의 표(p.48)를 보면 각 디자인 전략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어.
그리고, 이 착취적 디자인 전략을 여덟 가지로 분류한 연구가 있어.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기만적 패턴들은 이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 같네. 책에서는 이 전략 하나하나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이걸 보며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온라인 업계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반드시 부딪히게 되는 딜레마이기 때문이야.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회사에 이런 기만적 패턴을 금지하는 엄격한 원칙이 있지 않는 한 유혹 또는 압박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사용하지 않는 셈이니까.
온라인 세상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유틸리티로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악당들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를 욕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앱을 실행하는 이유이기도 해. 개미지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무력감 같은 것이랄까.
KB은행 앱에서 알림이 너무 오길래 알림내용을 조정하려고 메뉴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랬네. 한 유형의 알림을 거부할 때마다 컨펌창이 뜨는데 통상적인 예/아니오의 순서와 디자인을 바꾸어 놓아서 생각없이 확인을 누를 경우 알림취소가 안되도록 해놓았어. 너무 악의적이어서 말이 안나왔음.
관련하여(?) 정말 너무나도 짜증나는 게임이 있어요. 회원가입을 최대한 완료하는 게 목적인 게임인데, 성격이 급해서 늘 계정 만드는 부분을 넘어가지 못하고 끄게 됩니다.
https://userinyerf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