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 "아이러니는, 비록 진리에 도달할 수 없지만 여전히 그것을 향해 영원히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에 있다."
프레더릭 바이저,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8)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의 ‘7장 프리드리히 슐레겔: 신비로운 낭만주의자’를 정리해서 지식정원에 올려놨어. 프리드리히 슐레겔(1772~1829)은 초기 독일낭만주의의 핵심적 인물이지. 이번 장의 핵심 논지는 “슐레겔의 낭만주의가 괴테, 실러 혹은 피히테의 영향이 아니라 피히테의 토대주의에 대한 슐레겔의 실망에서 나왔다”는 거야.
슐레겔은 처음에는 신고전주의 미학의 추종자였지만 나중에 낭만주의 미학으로 완전히 ‘개종’을 해. 저자는 그 개종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검토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슐레겔이 정립한 낭만주의 미학이 무엇으로부터 근거했는지를 함께 밝히고 있어.
객관적 비판을 위한 토대, 학문으로서의 미학을 제공하는 것이 슐레겔의 초기 야심 중 하나였는데, 여기에 피히테의 토대주의 — “모든 지식의 제일 원리를 확립하고 그 기반 위에서 완결적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독트린” — 가 큰 역할을 했어.
그러나 여러 내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피히테와 피히테의 토대주의에 크게 실망, 회의하게 되고, 그 직후에 피히테 철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해. 그 반성적 연구로부터 슐레겔은 “미학적 독트린을 변화시키게 될 반토대주의적 인식론의 대강”을 내놓지.
그 반토대주의적 인식론으로부터 미학 비평의 해답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오늘날 ‘내재적 비판’이라고 하는 ‘성격규정’(“한 작품을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평가하는 것”)이라는 개념이야.
“슐레겔은 이제 낭만주의 문학을 새로운 비평 개념의 용어로, 그것의 목적과 이상에 따라 평가”해야 했어. 이것은 “낭만시의 모든 특징들 — 장르의 융합, 절제의 결여, 아이러니의 사용, 열망과 노력 — 이 어떻게 그것의 핵심적 열망인 무한자를 향한 욕망에서 도출되었는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
“슐레겔은 이제 그의 인식론적 견해를 거꾸로 낭만주의 문학에 투사하여 읽고, 낭만시를 단지 하나의 역사적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 이상으로” 만들어. “슐레겔의 미학과 반토대주의적 인식론의 관련성은 그가 발전시켰던 아이러니 개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아이러니는, 비록 진리에 도달할 수 없지만 여전히 그것을 향해 영원히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에 있어. “왜냐하면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진리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지. (정말 아이러니하지? 도달할 순 없지만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야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낭만시는 본질적으로 진리를 향한 철학자의 영원한 노력의 미학적 버전”인데, “낭만시의 "고유한 본질"은 그것이 영원히 생성의 과정에 있으며 결코 완결적이지 않다는 것”(아이러니!)이야.
이 책 다 읽고나면 선생님께서 〈책담화〉에서 정리하신 슐레겔의 《그리스 시문학 연구에 관하여》를 읽으려고 해. 《시문학에 관한 대화》도 읽어야겠지. 자주 인용되는 《비판적 단상》, 《아테네움 단상》은 《문학적 절대: 독일 낭만주의 문학 이론》에 일부 번역되어 수록된 것을 참고하면 될 것 같아.
완전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듯이......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완전하게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