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의 ‘5장: 예술의 주권’을 정리해서 지식정원에 올려놨어. 이번 장의 논증은 살짝 복잡해서 한 번 읽고, 정리하고, 정리한 걸 다시 읽으니까 이해가 됐어.
이 장에서 저자가 논증하려는 것은 이거야.
초기낭만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예술의 형이상학적 지위에 대한 믿음인데,
이건 미학적 경험이 궁극적 실재나 절대자에 대한 앎의 기준, 도구, 매개라는 것
기존 ‘표준적 견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시도는 만프레트 프랑크의 《초기낭만주의 미학 입문》의 이론인데,
저자는 프랑크의 이 이론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드러내면서, 낭만주의 미학의 토대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낭만주의의 자연철학과 유기체적 자연 개념을 통해 제시하고 있어.
이 장은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핵심 섹션은 마지막 ‘5. 낭만주의 미학의 형이상학적 토대’야. 앞의 섹션들은 결론을 위한 예비적 설명, 칸트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프랑크의 이론의 문제점 지적, 유기체적 자연 개념이 형성하게 된 배경과 과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낭만주의자들이 칸트로부터 가져온 것(예술의 자율성 독트린, 유기체 개념, 자연의 목적성 관념, 천재의 정의, 미가 도덕의 상징이라는 제안)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간접적이며 낭만주의 미학의 논리적 토대가 아니라 역사적 원천일뿐
미학적 경험에 대한 칸트의 규제적 제한을 넘어서는 것이 초기낭만주의자들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음
가장 중요한 개념 하나만 말하라고 한다면 바로 ‘유기체적 자연이론’이야. 17세기 말~18세기 초에 걸쳐 자연철학을 지배했던 데카르트와 뉴턴의 기계론적 물리학의 쇠퇴와 더불어 등장했는데, 1790년대에는 이미 흔한 상식이 되어버렸다고 해.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사건을 보다 넓은 전체의 부분으로 봄으로써 현상을 전체론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야.
낭만주의 미학, 특히 예술가의 형이상학적 인식을 옹호하는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기체적 이론을 예술가에게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 이론은 예술가의 창조성이 자연 자체의 자기-계시이기도 하다고 생각할 이유를 제공해.
유기체에서는 전체가 그것의 각 부분들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예술가의 작품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의 모든 것들을 반영할 것이다(세계의 "소우주" — 노발리스)
자연에는 인간의 활동 속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연속성과 위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가의 창조성은 자연 자체에 내재하는 모든 힘들의 정점이 될 것이다
정신적인 것은 물질적인 것에 있는 모든 힘들의 내면화이기 때문에, 또한 그것은 물질에 내포되고 잠재된 모든 힘들의 명시적이고 명확한 형상일 뿐이기 때문에, 예술가의 창조성은 그것에 작용하는 모든 자연적 힘들을 구현하고, 표현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이 모든 사항들은 예술가의 창조성이 자연 안에 있는 힘들의 자기-실현이자 자기-현현임을 의미하고, 예술가가 창조하는 것은 자연 전체가 그를 통해 창조하는 것이 되는 거야.
“결국 낭만주의 미학은 낭만주의 자연철학의 완성일 뿐”이라고, 저자는 결론 짓고 있어.
유기체적 자연이론이라는 토대, 칸트가 그것에 미친 역사적 영향, 초기 낭만주의자들이 칸트의 한계를 넘어 확장하려고 한 결과물을 이해하면 초기낭만주의자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예술에 형이상학적 지위를 부여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어.
다음 장은 ‘6장: 초기 독일낭만주의에서 문화 개념’이야. 드디어 ‘Bildung’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