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하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야. 완벽한 계획을 지향한다면, 26일치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두고, 매일의 주제를 정하고, 최소한 열흘치 이상은 미리 써둬야겠지. 그러나 그렇게 주도면밀한 태도는 내 어딘가를 틀어막고 시작하는 것 같아서 채택하지 않기로 했어.🤓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다섯 살때부터인데, 오늘은 그 기억이 시작되는 곳을 다녀왔어.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가는 곳…은 아니고, 그냥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곳이야. 떠올리면 마음이 놓이는.
재개발 열풍이 비껴가서 다행히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있었어.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고, 길이 좁아 차도 못 들어오니 아이들이 뛰어놀기엔 딱인 곳이었지.
그러니까 이곳은 내 기억의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해. 현실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갈팡질팡할 때 내 현재 위치가 좌표 위 어디쯤인지 알려주는 거지.
〈만사씨 표류기〉는 좀 돌아다니면서 써보려고 해. 사진, 소리, 영상 등을 수집하고, 내게 편한 것 말고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도 하면서 말이야.
요즘 하늘을 보면 감탄만 나와.
저는 제일 오래된 기억이 담긴 동네들이 다 재개발이 되었어요. 그 중 제일 추억이 많은 곳이 재개발 문제로 계속 뉴스에 오르내리는데 참 왠지 씁슬하고 맘 아파요.
우리 모두에게 어린 시절이 있고 기억이 날까말까한 아기시절이 있지! 내 기억인 것 같기도 하고 상상인 것 같기도 한 깊숙한 곳의 기억들, 장면들...
쓰러져가는 (초가집보다 허름한) 흙집에서 엄마 등에 업혀있고, 온화하지 않은 분위기의 어른들, 거친 대화들,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아름답고 흥미로운 곳이지만, 아직도 거칠고... 두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