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당연히 알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힘들었던 것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바로 — 나는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당혹감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연히 알 것 같아서 말 안 했는데 말이야.
이 감정은 중학교 때부터 생긴 것 같아. 공부나 지식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잘난척 하는 거 아니다. 😤아니라고!),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기본적으로 알고 지켜야 하는 도덕이라든가 의무, 기본 상식 등등에 대한 거였어. 이게 중학교에서 끝난 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어.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저 사람은 그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 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 기술을 모르는걸까, 로 계속됐지.
그래,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건 왜일까?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가?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건지 고민도 해봤고, 내 관점만 고집하는 건 아닌지 반성도 해봤어.
난 회사를 옮긴 횟수가 많은 편이야(그랬더니 나중에는 회사를 옮겼다고 해도 친구들이 명함 달라는 얘기도 안 하더라). 그 과정에서,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정말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된 것, 그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랄까. 내 고정된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과 부딪히면 나만 속거나 다치거나 또는 반대로 상처를 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메타(meta)적으로 — 쉽게 말해, 한걸음 떨어져 관찰하면서 사람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구나라고 지금은 생각해. 그렇다고 사람과 항상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고, 이 사람은 믿어도 되겠구나 싶으면 경계 같은 것을 다 푸는 편이지. 이제 가드 내리고 맞아도 그 정도 맷집은 있으니까.
이런 생각을 떠올려 되씹어 보게 된 건,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고 ‘한사랑산악회’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 나도 몇 달 전 첫째아이 덕에 알게 됐지만, 워낙 장안의 화제여서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이번엔 몰라도 상관 없는 거였지만 중학교 때의 그 당혹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네.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이것이 지금도 나에게 항상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첫 단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