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는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룰 때만 사보고 있는데, 이번 587호 주제는 ‘챗GPT 시대의 번역’이야. “AI는 번역가의 ‘적’이 아니다”라는 인트로 기사에서 AI를 공부하는 모임을 소개하며, 수강생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는데 〈뉴요커〉에 실린 SF 작가 테드 창의 에세이 ‘ChatGPT Is a Blurry JPEG of the Web’이라는 에세이를 읽어오라는 과제를 내줬대.
결과는 놀라웠다. 수강생 다수가 DeepL로 테드 창의 에세이를 더듬더듬 읽어왔다. 평소 영어 텍스트를 맞닥뜨릴 때마다 주눅이 들었던 60대~70대 노인이 〈뉴요커〉 영어 에세이를 한글로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DeepL 같은 AI 번역기가 보통 시민에게 영어 텍스트를 읽는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p.25)
나도 평소에 읽고 싶었던 미국잡지가 있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매번 그만 뒀지.
왜 DeepL을 이용할 생각을 못했을까?
바로 〈아틀란틱〉 웹사이트로 가서 한달 무료구독을 신청하고, 읽고 싶은 기사(주로 디지털 분야)를 골라서 DeepL로 번역해서 읽었어. 같은 내용임에도 영어로 읽을 때는 곤란함이 느껴졌다면, 한국어로 읽을 때는 별일 없었어. 이런 기사들(DeepL로 번역한 제목).
잠시 후 저 밑에서 의문 하나가 손을 들더니 물었어.
“왜 이것까지 읽어야 되죠? 안 그래도 읽을 게 많은데.”
정보과부하에 대한 경보 장치가 작동한 걸까.
제텔카스텐에 대한 글을 읽다가 발견했어.
제 경험상 과부하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개방성이라는 기질적 특성의 두 가지 구성 요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으로 인한 과부하. 신념 집합으로 공식화하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 특성이 읽혀집니다: ‘새로운 것은 좋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정보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넘쳐납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정보의 땅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카인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과부하가 걸리고 압도 당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불안을 느낍니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을 패스트푸드와 단것에 특히 민감한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불규칙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결국 불안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성으로 인한 과부하. 신념 집합으로 공식화하면 지성이라는 특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연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흥미롭다.’ 이런 사람들은 분석하고 구성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들은 완벽한 시스템을 분석하고 구축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스템을 의도한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들은 RSS 피드, 웹 클리퍼, 기타 정보 및 정보 리소스 캡처 기술로 구성된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정보 과부하로 인해 압도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적 없는 연구를 수행하여 프로젝트 및 마감일 중심의 업무를 소홀히 할 위험도 있습니다.
How to Increase Knowledge Productivity: Combining the Zettelkasten Method and Building a Second Brain (zettelkasten.de)
내 사주를 들킨듯한 느낌이 들었어. 쉽게 말해 ‘새로운 경험이 나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말이야. 평소에 몇 되지 않는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 것들인데, 나를 정보과부하로 이끌었을 수 있다니.
그럼, 고집스럽게 닫혀 살았으면 뭔가 이뤘을까? 그랬을 수도 아닐 수도. 이미 그렇게 산 거 뭐.
아무튼 개방성이라는 성향이 항상, 모든 것에 좋은 건 아니라는 지식을 얻었네.
흥미롭다.
중요한 것만 챙겨서 읽어야 하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뭐든 닥치는대로 읽는다고 좋은 건 아닌 것 같고~~
나이먹을수록 관심은 떨어지고~~
이러다가 인생 쫑나는 걸까?
(근데, 외계인은 참 특이허다~응! 식지 않는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