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은 이해하기 쉽지 않아. 며칠 전부터 ‘한국 무속신앙의 성지에 갔다가 생긴 일’이라는 영상을 계속 추천하더라고. 이색적인 흥미 위주의 영상이겠거니 하고 계속 외면하다가 어제 봤는데, 내 선입견과는 다르게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영상이었어.
큰맘 먹으면 집에서 걸어서 갈 수도 있는, 무악동이 역사적으로 무속 신앙의 중심지였다는 것,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기원을 하고 있다는 것, 션이라는 외국인 가이드의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정말 풍부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 등.
이 채널은 한국에 살고 있는 바트Bart라는 네덜란드인이 만들고 있는데, ‘Welcome to my DONG’이라는 프로젝트의 목표는 서울의 467개 동을 모두 다니며 기록을 남기는 거야. 현재까지 모두 35개 동을 다녀왔다고 해. 영상 몇 개를 봤는데,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니 내가 당연히 여기면서 못 보고 못 느끼던 것이 뭔지 알게 되는 것 같아. ‘국뽕’이 아니라.
쇼츠(‘DONG shorts’)로도 만들어놔서 바트가 어느 곳에 다녀왔는지 금방 쭉 볼 수 있어. 편집도 잘 하더라.
무악동편에서 가이드를 맡은 션은 현재 ‘Dark Side of Seoul’이라는 서울 투어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 이름만 보고 ‘다크 투어리즘’ 같은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서울 사대문 안을 다니면서 각 장소와 연관된 민담, 전설, 귀신, 역사적 참사 현장 등을 투어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는,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를 테마로 하는 투어 프로그램이었어. 이런 내용들인데,
왕실 학살의 현장
피비린내 나는 결말을 맞이한 한 장군의 집터
운현궁과 그곳에 살았던 악명 높은 통치자
종로3가 홍등가의 옛 모습
탑골공원에 집중된 성적 에너지
피맛골 골목이 1987년 민주화 운동을 도운 방법
서울 시민이 모르는 놀라운 역사적 국제적 랜드마크
청계천을 거닐며 듣는 물과 관련된 괴담들
복수의 이야기를 담은 다리
투어 중 귀신 목격에 대한 이야기와 경고
민씨 왕비 암살
서울에서 가장 유령이 많은 교차로
미국 대사가 피습당한 건물
서울시청의 우스꽝스러운 믹스업
커플에게 불운을 예고하는 벽
서울에서 가장 유령이 많은 집
경희궁의 유령들
어쩐지 저녁 8시에 모여서 출발하더라. 나도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영어가 잘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바트가 프로젝트에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467개 다 못 가더라도,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
상당히 쇼킹한 채널이구만! 저 분 정말 대단허시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