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많이 듣고 보고 있어. 전에는 포털 뉴스를 많이 본 반면 요즘은 주로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렇게 세 개야.
정영진·최욱의 매불쇼: 평일 오후 2시~3시 30분, 유튜브
‘매불쇼’는 정치, 시사 뉴스를 중심으로 지식(역사, 철학, 과학 등), 엔터테인먼트(연예, 연애, 영화) 컨텐츠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어. 진행자인 정영진씨, 최욱씨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모든 뉴스를 재미로 포장해서 전달하는데 특장점이 있지. 점잔 빼는 모습은 없고, 적나라한 표현을 즐기면서 ‘정치적 올바름(PC)’은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들으면서 불편한 순간은 거의 없었어.
‘뉴스 하이킥’, ‘시선집중’은 둘 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정치/시사 뉴스 전문이야. 프로그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행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만큼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겠지.
신장식씨는 변호사이면서 진보 정치가로서의 경험이 많아서, 박학다식하고 깊이 있는 분석과 법률가의 관점에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어떤 입장의 허점을 지적하는 점 등이 특징. 김종배씨는 산전수전 다 겪은 언론인이어서 균형 있는 뉴스 전달과 비평에 강점이 있어. 유머 감각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썰렁한 농담을 던져도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듯.
보다시피 뉴스 시간들이 오전, 오후, 저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걸 하루 종일 다 들으면 다른 건 할 수가 없어. 시간도 문제지만, 요즘 화가 나는 뉴스가 많다보니 ‘정치 과몰입’이 돼서 스스로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경우를 발견하곤 했지. 평온한 정신을 갖고싶은데 말이야.
시기적절하게도 〈뉴스페퍼민트〉에서 번역한, 데이비드 브룩스의 뉴욕타임스 컬럼 '정치 과잉의 시대, 미술관에 가보면 어떨까요'라는 좋은 글을 만났어(이 사이트는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글을 볼 수 있음). 인용해 보면,
일상이 나 자신의 얄팍한 버전이 되지 않기 위한 투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첫 번째 주범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 때문에 주의 집중 시간이 자꾸 줄어들고,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유혹이 일상에 가득해졌다. 두 번째는 모든 것의 정치화다. 많은 사람처럼 나도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정치, 그러니까 뻔한 당파적 분노, 경마 관전 같은 선거 분석, 트럼프 발 오늘의 스캔들 따위에 몰입한 채 보낸다. 그래서 내가 세운 비책이 하나 있다. 바로 예술로의 도피다. ⋯
예술이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자의식 강한 자아의 입을 닫게 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예술은 우리 안의 심오한 차원, 정말로 중요한 차원에서 작동한다. 모든 사안에서 나와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마음이 선한 사람, 그러니까 타인과 공감할 줄 알고 타인의 걱정과 갈망, 소망에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와 하루 종일 함께할 자신이 있다. ⋯
첫째, 아름다움은 어떤 식으로든 주의를 끌게 된다. ⋯ 예술은 우리가 인내심, 정의감, 겸허함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훈련한다. ⋯
둘째, 예술작품은 감정의 폭을 확장시킨다. ⋯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일종의 감정적인 지식을 갖추게 된다. ⋯
셋째, 예술은 다른 이의 눈, 대체로 나보다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보는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
이토록 정치적이고 기술 지배적인 시대에 나는 두려운 마음을 끌어안고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 두려움이란 예술이 공공의 삶에서 주변부로 밀려났으며, 사람들이 소설이나 중대한 예술적 업적에 대해 더 이상 토론하지 않고, 미술계나 문학계 자체도 배타적인 집단 사고로 망가져 버린 것이 아닌지, 그래서 미국 문화의 비인간화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반란은 여전히 가능하다. 가끔은 정치 중독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자유로운 유희와 얽매이지 않은 정신, 최고의 예술이 여전히 제공하는 고양된 의식 상태를 즐겨보자.
예술로의 도피... 멋진 말인 듯... 나는 정치뉴스 10개를 보면, 그 중 9개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나머지 1개는 "잘못된 행동인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네!" 정도로 인식돼! 결론적으로... 각종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서 판단력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곤 해! 지식도 부족하고, 판단력은 더 부족한 거지!
그런 생각과 동시에 드는 것이... 첫째, 정치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무조건 욕해선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 둘째,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적으로 취급한다면 그들이 곧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생각, 셋째, 정치는 돈만큼 중요한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바로 예술, 사랑, 우정... 등등)이야!
정치를 투쟁이 아닌 재미있는 사회작용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고, 흑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냥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우리 편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정치적인 논쟁이 심각한 싸움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유머와 위트가 중간중간 섞이면서 대화로 이어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 그러고보면, 나는 가진 것이 별로 없음에도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
전 뉴스 끊은 지 1년 넘었는데 어쩌다 타의로 접하는 그나마의 몇 번에도 여전히 화가 치솟아서, ...
호퍼 전시를 고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