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이 시상을 하고 나면 들을 음악들이 쌓여서 꽤 흐믓한데, 올해 제20회 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유튜브 추천으로 알게 됐어. 지난 2월 9일에 열렸고, 이번 화제의 중심은 단연 ‘250’이라는 뮤지션이었어.
〈뽕〉이라는 앨범으로 무려 4개 부분 —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노래 — 을 수상했고, 뉴진스도 수상했으니 그것까지 합치면 더 많아(250이 뉴진스의 ‘Attention’, ‘Hype Boy’, ‘Hurt’, ‘Ditto’를 작곡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음).
이 앨범은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뽕을 찾는 과정”을 통해 나온 앨범인데, 이 과정을 총 5화의 다큐멘터리로 기록해서 유튜브에 공개해놨어. 이런 기록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는데, ‘뽕’ 음악을 하겠다는 게 (최근의 트로트 열풍에 편승하려는) 반짝하는 객기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정서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그 ‘뽕’이란 것의 정수를 현재의 음악에 담아보려는 시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 250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앨범 중 꼽은, 듣자마자 뭔지 알 수 있다는 곡 ‘바라보고’를 들어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로얄 블루’. 낯이 익은 이정식씨의 섹서폰 소리가 참 좋아.
앨범에는 없는, 장은숙씨의 ‘춤을 추어요’를 트로트 뮤지션인 나운도씨와 리메이크한 동명의 곡도 절창이요.
이 앨범 발표 이전에는 힙합 뮤지션인 ‘이센스’의 음악도 작곡했어. 가슴이 완전히 내려앉아 펑펑 울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울분에 차 소리를 지르게 하는 것도 아닌, 명치와 가슴 중간쯤 둥둥 떠서 흐르는 두 곡 ‘비행’, ‘DANCE’를 저장해 놨었는데 나중에 보니 둘 모두 250 작곡이었네. 이센스는 여러 번 다시 듣고 있는, 유일한 국내 힙합 뮤지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길진 않지만, 그것의 유산을 발굴해서 현재의 자신이 새롭게 해석하고, 그 유산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어. 지금까지는 주로 외국의 것을 가져와서 한국화시키려는 방식만 봐와서, 이 과정이 더 새롭게 느껴진 것 같네.
대학 시절에 농활 갔다가, 마지막날에 동네 어르신들과 ‘뽕짝’에 맞춰 몇 시간 동안 무아지경으로 춤 췄던 기억이 난다.
오호~~ 상당히 갠찮구먼~~ 음악에 귀를 맡기고~~ 머리를 맡기고~~ 가슴을 맡기고~~ 흐느적흐느적 몸을 맡기고~~ 황홀함을 처음 느꼈던 스물아홉이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