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 서비스인 DeepL(‘딥엘’. ‘디플’이라고 하기도 함) 안 써본 분들은 한 번 써보길 바래. 나는 주로 영어로 된 해외 뉴스나 공부를 위한 자료 등을 번역할 때 쓰고 있는데 기존 번역 서비스들과는 차원이 다르네.
딥엘은 독일의 기업이자 서비스이고, 2017년에 처음 공개됐어. 한국어 번역은 지난 1월 31일에 추가되었고, 현재 총 31개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어. 기존 번역 서비스들보다 “자연스럽고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평가가 많아. 나도 사용해 보니, 이건 전체 맥락을 모르면 번역할 수 없는 결과일텐데 싶은 걸 내놓을 때가 많더군. 물론 완벽하진 않지.
출판사 관계자가 “고품격 번역가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고, 인터뷰를 한 걸 봤어. “고품격”이란 단어 선택에서 생경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겠지. 고품격이냐 아니냐는 “마지막 2%”의 차이에 따라 갈리고, “그 2%는 창의성과 깊이의 차이”이고, “그 차이는 번역가가 얼마나 많이 고전을 읽고 소화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 “고전을 섭렵해야 문화의 수많은 맥락을 알아서 번역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변주가 가능”하다는 거지.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런데 저 분이 어떤 분야의 번역을 전제로 얘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2%”의 차이가 필요 없는 분야도 있지 않을까? 가령, 실용서 같은 것. 그리고 다른 가능성으로는, 일단 AI를 이용해 초안 수준 이상의 1차 번역을 하고, 그 “2%” 중에서도 2%에 해당하는 ‘최고품격’의 번역자가 감수 수준에 가까운 퇴고를 거치는 방식도 생겨나지 않을까?
같은 인터뷰에서, 사회과학 전문 번역가는 “AI가 전문 번역가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일상적이고 단순한 번역의 영역에서는 번역가를 적잖게 대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한 (전문 번역가의 희망 섞인) 전망도 일단은 맞을 것 같아.
앞으로 5년, 10년 후에 AI 번역 수준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를 상상해보면 더 많은 가능성들이 있겠지. 가령, AI가 관련 책 내용을 다 학습했다는 가정 하에서,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의 내용을 분리하고, 비교하고, 조합하고, 연결해서 다른 결론을 도출해 내고 그걸 결과물로 만든다든가 하는.
딥엘은 무료로 쓸 수 있어. 단, 한 번에 5,000자까지만 번역이 되기 때문에 더 긴 글은 나눠서 해야 돼. 유료 버전인 ‘DeepL Pro’도 있는데 한국 신용카드는 아직 지원을 안 하네. 글자수 무제한, 웹사이트 전체 번역을 포함한 몇 가지 고급 기능들을 지원하는데, 돈을 내고라도 쓰고 싶어.
맥, 윈도우, 크롬OS, iOS, 안드로이드, 웹브라우저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이걸 설치하면 더 편리하게 쓸 수 있어. 컴퓨터에서는, 번역하려는 원문을 선택하고 ‘복사’ 단축키(Cmd+C 또는 Ctrl+C)를 두 번 누르면 딥엘이 뜨면서 바로 번역해줘. 웹브라우저 확장 기능을 사용하면 더 편리할 수 있는데, 내가 쓰는 웹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는 아직 지원을 안 해서 말이야.
자, 주말 잘 보내시고요. 뉴스레터는 주말에 쉽니다.
그럼 다음주에 계속.
오늘 뉴스레터 읽다가 문득 한영 변환이 궁금해서 몇 문단 돌려봤어요.
https://www.dropbox.com/s/3k9vijk0tgqh6da/%EC%8A%A4%ED%81%AC%EB%A6%B0%EC%83%B7%202023-05-25%2008.38.49.png?dl=0
오...
오호~~ 레알 유용한 정보네그려~~
곧 AI가 세상에 가득해지는 날들이 올 것 같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명"의 정체성에 대하여 의심하고 재정의하려고 하겠지! AI가 과연 인간의 시다바리로만 머물 수 있을까? 계속 진화하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