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링크’는 seoulrain님이 운영하던 텔레그램 채널이야. 트위터 중심으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해서 전달해 줬었지. 몇 년 동안 큰 도움을 받았는데, 지난해 12월에 더 이상 채널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공지가 올라왔어.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메시지가 올라와서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덜컹하는 기분이 들었어. 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전학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비슷했달까.
한편으로는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나도 저런 회의감이 들 때가 많으니까. “별 거 아닌 것처럼, 아까워하지 않고”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아.
디지털(또는 IT? 아직도 내가 일했던 분야를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를 못 찾겠다)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변화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끊임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했던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을 때, 그저 좀 최신 정보(잠깐만 시간이 지나도 별 가치 없는 정보라는 것이 밝혀지곤 하는)를 미리 알았다고 아는 척 하긴 좋았지만 그게 내 삶을 얼마나 더 낫게 만들었을까? ‘더 빨리 더 많이’보다는 한 두 가지만 느리더라도 깊이 파고 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해.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더 많은 일을 꾸역꾸역 해나가면서 바쁘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고, “심리적 자유로 향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것을 언젠가 다 해낼 것이라며 인간의 한계를 부인하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그 대신 중요한 몇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 아니겠나라는 생각을 할 뿐.
seoulrain님이 공지와 함께, JOMO (Joy of Missing Out) — “한계에 대한 진리를 깨달을 때 느끼는 특별한 희열”*, “다른 기회에 미련을 갖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것,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에 대한 글도 올렸어. 최근에 《4000주》를 읽고 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바야.
하지만 세상에는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인생의 가능성을 만끽한다는 느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멋진 경험을 더 많이 할수록 그 이상으로 더 멋진 경험을 해보고 싶고, 해야만 한다는 욕망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실존적 압도감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
우리가 ‘모든 것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결국 ‘우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우리가 정복하려는 ‘모든 것’의 크기를 한없이 키워가기 때문이다. ⋯
편리함에 중점을 두는 문화는 일상에서 사소하게 시간이 걸리는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목표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착각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 《4000주》 중
수십 년 간 ‘생산성’이라는 잡히지 않는, 잡힌 것 같아도 괴로운 뭔가를 쫓으며 살았는데 이제 놓아주려고 해. 세상에 그리도 많은 생산성 도구, 기법, 방법론이 나와 있는데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뿐 아직 압도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어쩌면 그건 존재하지 않는 걸 쫓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seoulrain님께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씀을 전하고, 언젠가 커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을 거란 바램은 계속 갖고 있으려고 해. 온라인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는 모두 모두 올리브 버크먼, 《4000주》 중에서 가져옴.
처음으로 댓글 달아봅니다. 늘 잘 읽고 있어요!
중요한 몇 가지 일. 추리는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3월의 가운데에서 품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살면서... 고마운 분들이 많죠! 고맙다 말도 못하고 시간만 가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인생 참 감사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서울비님 외계인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