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과학문화실을 재개관하면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전시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봤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표 때문에 처음 알게 되었었지. 발매일을 달력에 기록까지 해놓고 기다렸지만 발매 하자마자 매진돼서 사지는 못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됐는데, 어쨌든 이상하게, 계속 관심이 가는 유물이야.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한마디로 ‘하늘의 모습(천상·天象)’을 ‘차(次)’와 ‘분야(分野)’로 벌려놓은(열·列) 천문도(그림)인데요.
‘차’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이 움직이는 길(황도)을 따라 관측되는 동양의 별자리를 12개 영역으로 나눈 것을 가리킵니다.
‘분야’는 하늘의 별자리 영역 12차를 그대로 지상의 12개 왕조와 대응시킨 겁니다. 지상의 해당 왕조는 중국 춘추 시대 12개국인 주·초·정·송·연·오·제·위·노·조·진(晉)·진(秦)나라를 가리키는데요. 이처럼 중국의 왕조를 대응시킨 것이 조선의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해서 조선의 땅을 적용시킨 천문도도 남아있답니다.
이러한 우주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하늘과 땅이 다를바 없다, 하늘의 섭리가 땅에서도 통하고, 땅의 원리가 하늘까지 닿는다’는 이른바 천인감응(天人感應·하늘과 사람, 땅이 연결되어 있다는 유교사상)의 관념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링크한 기사를 읽어보면 천문학적, 역사적 내용을 깊이 있게 잘 담아놓았어.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고. 그런데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는, 본 순간 느껴진 문서, 도해로서의 아름다움 때문이랄까? 예뻐.😍
국립고궁박물관의 다른 전시물들도 봤는데, ‘아름다운’ 문서들이 많더라. 난 그림보다 글씨로 만들어진 문서에 더 끌리는 것 같아. 가령 이런 것들.
'천상열차분야지도' 전시는 영상을 이용해서 관람자의 이해를 돕고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들어놨어. 스크린과 석각본에 나오는 영상을 서로 연결시켜서 이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더라고.
영상은 4분 남짓으로 길진 않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상이 끝나면 11분 쉬었다가 다시 재생 돼. 쉬는 동안 영상 상단에 다음 재생까지 남은 시간이 나오니까 참고하시고. 핸드폰으로 찍어와봤어.
국립고궁박물관이 다른 박물관에 비해 전시물이 적고 볼 것이 별로 없다는 평도 있어. 아주 여유 있게 감상하고 선물가게까지 구경한다고 해도 전체를 관람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할 것 같더라.
박물관 웹사이트를 보면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의 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조선왕실 전문 박물관"을 표방하고 있어. 그렇다보니 다양한 왕실 공식 문서들도 전시하고 있어서 문서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좋았어.
김구용 선생의 《인연》 중 '취미와 수집 - 필적筆跡'을 보면 좋은 글씨를 곁에 두고 감상하고 싶어 애면글면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그 심정이 조금 이해 가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