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그라프〉라는 매거진이 있는데,
창간호를 읽어보고 내 취향은 아니다 싶었는데,
이번 호에 등장하는,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에서 인용한,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하고도 소통하거나 협상하거나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나의 물리적, 정신적 공간을 스스로 구축하는 설계자라는 사실이 안겨주는 주기적인 작은 성취감.
이라는 문구를 보고 읽고 싶어졌어. 요즘은 책 주문하면 하루만에 오니까 바로 읽었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내 취향과 결이 안 맞더라. 지향하는 바가 달라. 건졌다면 이 한 페이지와 책 한 권을 알게 된 것이랄까.
강한 관심사가 생기면 온통 그것과 관련된 것만 보이는 경험 많이들 해봤지? 그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인데. 나도 저 “공간”이라는, 마인드그라프 인스타그램에서 본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말이야’라는 글 제목에 관심을 뺏겨버렸던 것 같아. 앞으로 몇 년 안에 집을 지을 생각인데, 그 과정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 계획 중 하나거든.
집이란 건 뭘까
내게 집은 뭘까
왜 사지 않고 짓고 싶어하는 걸까
어떤 집을 짓고 싶은 걸까
아이들은 어떤 집을 원할까
어떻게 지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지어야 할까
짓고 나서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집과 관련된 책을 (절제해서) 몇 권 샀어. 건축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어진 것 안에서 살기만 했던 그 ‘집’이란 것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현대 건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멕시코 건축가 Luis Barragán의 이런 말도 앞을 가로 막고.
My house is my refuge, an emotional piece of architecture, not a cold piece of conven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