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내 생일을 음력으로 따지기로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내 음력 생일 다음날이 어머니 생신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생일을 음력으로까지 따져가며 매년 다른 날짜에 챙긴다는 것이 이상하더라. 그래서 가족들에게 내년부터는 그냥 양력으로 하자고 했어. 나이도 이제 다 만 나이로 통일하는 마당에 음력은 무슨. 아무튼 뭘로 하든 5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고, 이렇게 한 살을 더 먹었다는 거지.
요즘 뭐 밀물, 썰물도 아니고 매번 반복되는 고민을 다시 하고 있는데,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어. 시도해 본 적도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실패하고 회사로 돌아가기를 역시 반복했었지. 오늘 퇴근하면서 뭐가 잘못됐던 걸까를 복기해봤는데, 지속가능한 모델도 실력도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해서였던 거 같아. 역설적이지만 살면서 계속 겪는 일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전 여친이자 현 아내에게 이십 대 때 들었던 훈계가 떠오르는군).
문제는 그거였어. 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열심히 ‘매우’ 잘 하면 사람들이 인정하게 될 거고 결국 내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거야, 라는 순진한 생각.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라는 거. 회사라는 조직은 규모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내가 잘 하는 일만 할 수 있지만, 그 조직에서 튕겨져 나오면 전략, 기획, 제작, 홍보, 영업, 마케팅 등을 혼자 다 해야 한다는 거지. 할 줄도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을 말이야.
그런데 난 이른바 ‘진정성’이 있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고, 지금도 그 수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1인 기업을 운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겠지만, 나는 참 준비가 부족했구나라고 느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였나라는 의문도 들고, 현실적인 목표, 원하는 가치가 뭔지도 확실히 대답 못 하겠어. 무엇을 할 때 제일 만족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연하달까. 이것 참 어리석도다! 너란 인간.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나와 남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 수 있는 [어떤] 일.
(‘나와 남이 만족할 수 있는’을 좀 더 좁혀보자.)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여기서 이런 생각이 끼어든다.)
‘요즘처럼 읽고 듣고 볼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드러낼 건데?’
(그러곤 의기소침해진다.)
가장 자신 없어하는 일이거든. ‘나는 이런 사람이오, 이런 걸 잘 하오, 그러니 내 걸 보시오’라고 널리 알리는 것(그런데도 이렇게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건 극복을 위한 것일 수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에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확신이 없어.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서로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지. 그렇다고 말초적인(오랜만에 쓰는 단어다) 즐거움 그런 것 말고, (큰맘 먹고 이런 표현을 해 본다면) 영혼을 건드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찰나의 순간이라도 만드는 일. 그런 거 하고 싶어. 이런 걸 직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해.
힘내서 해볼게.
올해에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게 만들겠어.
댓글을 안달 수 없네 매우 공감해
"올해에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게 만들겠어."
← 뜨거워지네요 저도 좀 더 뭐라도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