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롱 라이프: 장수와 신기술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린다 그래튼 · 앤드루 J. 스콧(지음), 김원일(옮김), 클, 2021.
최근 들어 가장 빠르게 읽은 책이 되었네.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요즘의 내 고민과 맞닿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 쉽게 말해 ‘앞으로 살 날은 많은데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는 고민이지. “이 책의 목적은 미래를 내다보며 장수와 기술이라는 두 가지 힘이 앞으로 당신과 당신의 가족, 동료의 일과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묘사하는 것”이야.
“세 가지 목표” 중 첫 번째는 “당신이 남은 평생 동안 살게 될 새로운 100세 시대의 맥락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것, 두 번째는 “다가오는 변화를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직능, 커리어, 인간관계, 건강, 재정의 측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는 것”, 세 번째는 “다른 이들의 도움”도 필요하고, “특히 기업, 정부, 교육 제도가 당신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 사회를 이루는 각종 제도가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에 관한 담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야. ‘새로운 네가 되어라’ 같은 자기계발류 책은 아니고.
개인을 위한 내용은 대부분 제2부에 있어.
제2부 인간의 창의성
3장 설계하기 -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만들라
4장 탐색하기 - 학습하고 전환하라
5장 관계 맺기 - 깊은 유대를 형성하라
몇 가지 중요한 개념과 설명은,
기술적 창의성(새로운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 내는 것)과는 다른 사회적 창의성social ingeunity(그러한 기술의 산물이 인간 공동체를 개인적·집단적으로 개선하도록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안해내는 것)이 필요함.
기술적 창의성은 저절로 사회적 창의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사회적 창의성이 결여된 기술적 창의성은 인류에게 진정한 이익을 주지 않는다.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해당 국가는 출산율과 사망률이 모두 감소하는 ‘인구변천demographic transition’ 시기를 경험한다.
이러한 전환기에 당신의 정체성은 더는 예전의 나가 아니며, 앞으로의 나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 인류학에서는 이 어중간한 시기를 경계성liminality라 부른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창의적 해결책에 더 쉽게 도달하며, 무엇보다 고정관념과 잘못된 가정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었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그야말로 삶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재설계의 근간이 되는 원칙은 무엇이어야 할까? 우선, 어떠한 형태의 재설계이든 경제적 고려가 그 중심에 놓여야 함은 명백하며, 그 기본 원칙은 ‘양질의 삶’을 확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양질의 생활수준과 자아 실현의 행복이 둘 다 사회적 창의성의 원칙에 포함되어야 함.
세 가지 주요 기준에 초점을 맞출 것.
설계하기 —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구상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좋은 선택을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서사를 만들라.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어떤 직능이 필요할까? 내 커리어는 어떤 모습일까? ‘나이 듦’의 의미는 무엇일까?탐색하기 —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될 전환들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학습하고 전환하라.
더 길어진 미래가 제공하는 새로운 커리어 선택지들을 어떻게 탐색할 것인가? 그러한 커리어가 요구하는 새로운 직능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삶의 변화를 어떻게 실험하고, 새로운 삶의 단계에서 맞닥뜨릴 더 많은 전환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관계 맺기 — 타인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고, 유의미한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라.
변화하는 가족 구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이들이 적고 노인이 많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세대 간 조화를 위해 나와 남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는 여러 개의 ‘가능자아possible selves’를 보게 된다. 바로 이 ‘가능자아’를 탐색하는 일이 인생 이야기 구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수명의 연장과 전환 주기의 단축이 결합되면, 이는 필연적으로 3단계 서사 — 전업으로 학습하고, 그다음에는 전업으로 일하고, 마지막으로 전업으로 은퇴하는 — 의 삶이 아니라 다단계multistage 서사로 귀결될 것.
나이는 가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함. 기존 생활연령chronological age(출생 이후 현재까지의 물리적 시간으로 산출한 나이)이 아니라 생물학적 연령, 사회적 연령, 주관적 연령, 사망학적 나이, 연령 인플레이션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함.
이러한 나이듦의 다양성에 직면하여 우리는 평균연령에 의존하려는 단순한 발상을 버리고 각자의 현재 상황, 미래의 욕구와 열망을 보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삶의 서사를 변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각자의 생물학적·주관적 연령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엄청난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좋든 싫든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세대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해주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 특히 이 책 덕분에 나도 지금까지 삶을 3단계로 생각해 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어.
과연 이 책에서 제안한 것들 중 어떤 것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들지만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힌트는 될 것 같은 책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