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몰이 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가 보자.
왜 살아야 하는지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단정하게 가 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나의 해방일지〉 6회 중
정말 내 맘에 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명치와 배꼽 중간 정도가 울렁울렁거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네.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더라도, 여러 캐릭터에 조금조금씩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더 끌리는 것 같아.
이젠 드라마에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되는데, 신체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더 나아질 수 희망도 갑자기 닥쳐오는 불행도, 핸드폰이 초능력 같이 가져다 주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환상일 뿐일까?
느닷없이 — 이제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공부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 못 하진 않겠지만 많이 불편할 것 같아. 내게는 만년필 없이 연필로만 공부해야 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뉴스레터에 들어갈 사진과 영상을 찍고, 댓글을 확인하고, 답장을 하고, 팟캐스트를 듣고, 메신저로 공부 얘기를 하고…
이미 나에게 핸드폰은 문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