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오로라 만년필 이야기를 하게 됐네. 얼마 전 오로라에서 ‘단테 천국Dante Paradiso’ 만년필을 내놓으면서, 이제 단테 《신곡》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어.
강유원 선생님께서는 단테 시리즈의 첫 번째 만년필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를 2004년부터 쓰셨다고 하니 18년을 쓰신 거네. 내가 선생님께 공부를 배우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였는데, 당시 이 만년필을 보고 여기 뭔가 다른 세계가 있구나 싶었어. 내가 알던 만년필은 고작해야 파카, 라미, 파이롯트 정도였으니까.
그 후에 목돈이 생기자마자 오로라 옵티마를 구입했고, 그때부터 내 만년필 여정이 시작된 거지. 사실 그 전까지 한국에서는 오로라 만년필이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무슨 말인지 알지?)
선생님께서 ‘알리기에리’를 워낙 오래, 많이 쓰시다보니 상태가 안 좋아져서 이번에 ‘천국’을 구입하셨어. (사실 나도 ‘천국’과 ‘카이사르’ 사이에서 살짝 갈등을 했으나 ‘단테’는 ‘선생님의 펜’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카이사르로 결정했지.) 그리고 알리기에리는 세척을 좀 해달라고 맡기셨어. 마침 집에 만년필 세척액도 있어서 세척을 시작했지.
물과 세척액으로 깨끗이 닦고, 이틀 정도 앞부분을 물에 담가 놨었어. 이제 깨끗해졌겠지, 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 페이퍼 타월로 닦었는데 웬걸. 펜촉과 그립부가 만나는 부분에서 아직도 잉크가 묻어나오네. 왜 물에 안 녹아 나왔을까? 그래서 세척액을 섞은 물에 좀 더 담가 두기로 했어.
신비주의자는 아니지만, 선생님께서 오랜 세월 집중하며 필기하실 때 흐른 기氣가 이 펜에 모여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 참 많은 책, 노트, 카드를 쓰고 강의를 준비하신 펜이니 말이야.
돌려드리기 전에 손에 꼭 쥐고 기를 좀 받아야겠어.🤲
저도 좋은 만년필을 갖고 싶어서 늘 구입대상을 물색하지만, '내가 잘(자주)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늘 포기하게 됩니다.ㅎㅎ 오래 전에 산 파이롯트 프레라만 매일 쓰고 있습니다ㅎ 저도 언젠가는 오로라만년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