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코로나 검사를 받다
결국은 코로나 검사를 받았네. 둘째 아이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가족은 한 명을 빼고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 동네가 좁다보니 아이들 학교도 가깝고 동선도 비슷해서 미치는 영향이 크네.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가서 가족들 모두 검사를 받고 왔어. 서울시 임시 선별검사소는 현재 스물 다섯 곳이 있는데, 운영시간이 모두 다르니 검사 받을 사람은 확인해 보고 가는 것이 좋아. 내가 간 곳은 휴일에는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운영하는데, 모르고 11시 30분쯤 도착해서 조금 기다렸어. 그래도 그 덕에 앞사람이 별로 없어서 검사는 금방 받았네.
접수 방법은, 간단한 인적 사항을 적고 테이블에 크게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본인확인을 해. 이 방식이 다른 데서는 쓰지 않는 방식이라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현장에 전산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니 만들어진 것 같고 매우 적정한 기술이라고 봐. 물론 다른 사람의 폰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검사하러 와서 그럴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낮은 비용으로 확실한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접수를 하고 나면 포장되어 있는 긴 면봉과 작은 샘플병 같은 곳에 출력한 스티커를 붙여서 줘. 그걸 받아들고 옆 칸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되지. 말로만 듣던, 콧속으로 깊게 면봉 삽입. 하고 나니 약간의 피냄새도 느껴지더라. 목구멍 채취는 아프지 않았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 가운에 '육군 지원' 뭐라고 쓰여있던데, 군인분들이었나봐. 고생들이 많으셔.
오늘 5시에 약속도 있었는데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 증상은 전혀 없지만 조심해야 하는 때니까 말이야. 검사결과는 내일쯤 올테니 그때까지는 쥐죽은듯이 집에만 있어야지. 백신이 이 상황을 끝내는데 정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 만나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제 그 소중함을 조금 알 것 같아.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사교적이 되는 걸까하는 뜬금없는 상상도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