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의 인디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보기 시작한 것이 1994년쯤이었던 것 같아. PC통신 ‘나우누리’에 있는 록Rock 음악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진 것 같은 ‘록 음악 감상실’도 함께 가고, 컴컴한 공간에서 뮤직비디오도 보고, 공연장도 가곤 했었지. 길진 않았지만 잊을 수 없는, 재밌는 추억이야. 모든 것이 새로우면서 불안한, 군대 제대 후의 이십 대였으니까. 다시 떠올리니까 울렁거리네.
국내 인디 밴드들 음악은 계속 챙겨들었어. 그 당시 새 밴드의 존재를 알게 되는 건 거의 신촌 ‘향뮤직’에서 앨범을 발견할 때였지.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밴드 중 하나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허클베리핀’인데, 다니던 회사에서 인디문화 웹진을 만들 때 인터뷰를 했었어. 첫 앨범 〈18일의 수요일〉을 듣고 나서, 꼭 만나서 얘기 해봐야겠구나 싶더라고. 사심이 가득한 섭외였지.
인터뷰하러 가는 날까지 앨범을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어. 방문자도 얼마 안 되는 웹진이었는데 친절하게 인터뷰 해줘서 지금도 고맙워. 리더인 이기용씨는 나와 동갑이어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새벽까지 같이 술 마시고는 버스 타러 터덜터덜 걸어가던 게 기억나네.
홍대 인디씬에 대해 남아있는 나의 느낌을 모두 뒤섞어서 하나로 만든 뒤에, 그걸 대표하는 노래를 골라보라면 로로스의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
생동감, 가능성, 새로움, 즐겁지만 슬픔, 다듬어지지 않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는 수밖에 등.
새 앨범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던가, 로로스가 해체(활동중단?)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아쉬웠어. 이렇게 잘하는 밴드도 결국 안 되는 건가하는 생각도 들고.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라이브클럽 ‘FF’에 가서 밴드들 음악을 듣곤 했는데, 그것도 못한 지 두 해가 지났네. 이제는 노래 한 곡이 내 존재 전체를 흔드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깊이 와닿진 않지만, 그 느낌들이 떠오르긴 해. 그리고, 요즘 밴드하는 친구들은 실력이 정말 좋아. 대충 하지 않더라고. 그들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첫째 아이가 인디밴드 멤버한테 기타 레슨을 받는다고 하는데, 앞으로 뭐가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뭐든 잘 찾았으면 좋겠어.
그 시절 롹은 젊은이들의 에너지 그 자체였지. 긴머리에 가죽옷, 그리고 기타, 오토바이... 어디론가 튕겨나가고 싶은 주체할 수 없는 욕구... 아! 그 시절, 얼마나 기타가 가지고 싶었는지, 주말마다 짜장면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다가 어느날 홀라당 전부 당구쳐버리고 호프마셔버렸지. 그 다음날, 기타를 포기하믄서 인생이 얼마나 암울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