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지음), 한유주(옮김), 마티, 2022.
책을 사게 되는 여러 이유가 있지. 항상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한 후에 사는 건 아니야. 오늘 그 작은 사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사기도 하고, 현실에서 비껴 나 삐딱하게 쳐다봄으로써 잠시 피해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 사기도 하지. 표지가 예뻐서, 책 소개가 그럴듯 해서, 출판사가 맘에 들어서, 산 책의 연관 도서로 추천이 되어서 등등의 이유도 있어.
이 책은 순전히 제목 — “계속 쓰기”라니 — 때문에 샀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슨 일이 있든 곁눈질하지 않고 ‘나의 단어로’, 하려는 일을 ‘계속 하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주 금요일이면 365호 뉴스레터를 쓰는 일년이 되는 날이라는 내 작은 사건과 이 책이 만나게 되었다고 할까. 지금까지는 잘 만났어, 라는 느낌이야.
몇 년이 지난 지금, 가장 많이 기억에 남은 건 내 작품이 〈뉴요커〉 폰트로 실린 걸 봤던 순간도 아니고, 아버지의 삽화를 봤을 때도 아니고, 이어지던 축하 전화와 메시지도 아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침실 책상 아래쪽 브로드웨이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과 어둠 속에서 빛나던 컴퓨터 화면이다. (p.36)
수십 편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창작’이라는 것 때문에 하룻밤이라도 새 본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야. 그 일을 선망하는 건 작가라는 월계관 때문이 아니라 계속 써야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것들은 모두 계속 쓰기의 조력자이거나 ‘나머지’일 뿐이라는.
나나 외계인이나 똑같은 인간인데... 생각이 참 많이 달러~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