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링크에 올라온 ‘Plaintext Productivity’를 재밌게 봤어. 요약하면, (컴퓨터 파일 중에 확장자가 .txt인) 플레인 텍스트Plain text(이하 ‘텍스트’) 형식을 이용해서 프로젝트나 할 일 관리를 하는 생산성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은 글이야.
글쓴이가 얘기하듯이, 윈도우 운영체제에는 잘 만들어진 할일 관리, 생산성 앱이 별로 없어서 만들어낸 방법이라고 해. 사실 맥OS에서는 TaskPaper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야.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윈도우를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주로 쓰는 것은 macOS와 iOS라서 생산성 앱이 아쉬운 적은 없어. 오히려 너무 많은 게 문제였지. 그러고보니 요즘은 윈도우에서 쓸 수 있는 앱들 — 투두이스트Todoist, 틱틱TickTick 등 — 도 많네. 그래서, 이 글은 새로운 생산성 방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
회사에서 컴퓨터로 작성하는 문서는 보안 때문에 공유가 힘들어서 파일 형식은 걱정할 일이 없는 것 같아. 그냥 그 안에서만 정해진 대로 맴도는 문서들이지. 오랜 기간(10년 이상?)의 보존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러나, 집에서 만드는 문서들은 신경 써야 할 게 있어.
특정 앱에서만 쓸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든 파일들은 만약 그 앱이 없어지면 문제가 생기지. MS워드 같은 거야 워낙 많이 쓰니까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망하더라도 별일은 없을 거야. 그렇다고 매일 쉽고 빠르게 작성해서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 글을 워드에다 쓰는 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메모장 같은 앱은 기능이나 관리 편이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난 몇 번 얘기했던 드래프트Drafts를 써. 그런데 저 글을 읽고나서 하나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는데, 드래프트도 자체 파일 형식을 쓰고 있다는 거야. 텍스트 파일로 만들려면 내보내기 과정을 한 번 거쳐야 해. 물론 일반 텍스트 편집기로도 드래프트 백업 파일을 열 수는 있어. 그러나 각종 복잡한 메타 정보들과 함께 지저분하게 보이지. 😧아차 싶더라고.
왜 그렇게 텍스트 파일에 집착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아포칼립스가 오더라도 전기와 구형 컴퓨터만 있으면 운영체제, 앱과 상관 없이 읽을 수 있는 파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비록 디지털로 쓴 글이지만 종이책만큼 오래 보존될 수 있었으면 하는, 영속성에 대한 바램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지털 문서편집 앱의 필수 조건은 이래.
글 하나가 파일 한 개인 개별 텍스트 파일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와 같은 호환성은 갖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서식을 적용할 수 있는 마크다운Markdown 문법을 지원해야 한다.
데크스톱 앱(macOS)과 모바일 앱(iOS)이 모두 있어야 하고, 데이터 동기화가 잘 돼야 한다.
1년 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앱은 안 된다.
선택 사항은,
태그 지원
단순미를 가진 UI와 디자인
타이프라이터 모드(타이핑하고 있는 라인을 항상 화면의 중간 위치에 맞춰줌) 지원
개별 텍스트 파일로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쓰고 있던 드래프트가 적합하긴 해. 그래도 벌써 타협할 순 없어서 예전에 써봤던 것들 위주로 조건에 부합하는 앱을 찾아봤는데, 몇 개 없더라.
내가 찾은 건 단 두 개. 어떤 앱들이었을까요?
댓글로 정답 두 개를 맞추시는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릴게(내가 찾은 앱이 아니더라도 위의 필수 조건에 부합하면 정답으로 인정).
정답은 내일 360호에서 공개!😜
(뱀발쟁이님, 미안요! 드래프트도 계속 같이 쓸 거에요.😅)
공개적으로 레퍼되니 괜히 굉장히 부끄럽네요...
드래프츠는 앱 이름부터가 "초안" 저장용이니까 영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괜찮은게 아닐까요.
- 옵시디언: (iOS의 경우) 모바일은 사실상 유료
- 베어: 플레인 텍스트가 아니다 (노션도 마찬가지)
- Typora: 모바일 앱 없음 (율리시스도 마찬가지...?)
- Joplin: (필수 조건을 만족하긴 하는데 모바일 앱이 매우 못생김)
제가 써보지 않은 앱을 답으로 제시하기 좀 뭣하지만, byword랑 iAwriter, znote가 거기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다행히 아직 오늘자 메일이 발행되지 않은 시점인데, 과연 정답은 뭘까요.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태그를 지원하는 에디터가 "플레인 텍스트 정신"과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을 가지고는 있는데요, 그런데 태그마저 없으면 글 관리하는게 여간 힘들어지는게 아니긴 하죠.
옵시디언으로 신청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