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도시가 좋아 이 책을 샀지
난 🏞자연보다 🏙도시를 좋아해. 여행을 가도 대자연보다는 시간 위에 켜켜이 쌓인 인간의 노고를 더 즐기는 편이지.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받을 때도 있지만 긴 시간 위로 받지 못하고 곧 문명을 찾게 돼. 우연히 《디테일 사전: 도시 편》이란 책을 알게 됐는데, 부제는 "작가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야. 내용이 참 신기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도시의 다양한 배경들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어.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교통 → 다양한 교통수단(잠수함?), 관련된 장소들
도심: 시내에 있을법한 장소, 공간들
소매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 및 공연장(연예인 대기실?)
음식점
공통적으로 각 배경을 묘사, 설명해 놓은 항목들의 디테일이 더 놀라웠는데,
풍경
소리
냄새
맛
촉감과 느낌
이 배경에서 벌어질 만한 갈등의 원인
이 배경에서 볼 만한 유형의 사람들
이 배경과 밀접한 다른 배경
참고 사항 및 팁
배경 묘사 예시, 이 글에 쓴 기법, 얻은 효과
들이 배경마다 세 페이지에 들어있어.
이 '디테일 사전' 시리즈는 도시 편, 시골 편, 트라우마 사전 등 모두 세 권이 나와있고,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한 시리즈도 있네.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니 "Writers Helping Writers Series"로 총 일곱 권이 있어. 감정, 부정적 성격 특성, 긍정적 성격 특성, 시골 배경, 도시 배경, 감정적 상처(트라우마), 직업 등이야. 시리즈 이름이 재밌지. "작가를 돕는 작가 시리즈".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니 왜 그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돼.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는 자신들의 블로그 〈The Bookshelf Muse〉로 온라인 참고자료상을 수상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여러 분야의 유의어 사전들을 공유함으로써 자신들의 작업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지금은 〈Writers Helping Writer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어. 여길 보니 《Emotion Amplifiers》라는 책이 한 권 더 있네.
내가 작가 지망생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는 도시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는 건 재미 있어.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도시가 개성 없이 균질한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북미 사람이 알고 있는 도시와 저개발국가의 도시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