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새해’는 두 번의 방 정리 기회를 주지. 양력 새해에는 그 기회를 미루고, 음력 설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심정이 돼서 평소 눈에 거슬리던 것을 연휴 내내 정리하곤 해.
방이 크지 않은데 들어오는 물건은 많다보면 결과는 뻔함. 여기저기 거슬리는 것들 투성이. 그것들 하나하나에 반응하다 보면 피곤해지니까 평소에는 그냥 그러려니 무던히 살다가, 계기가 마련되어 ‘결벽 스위치’가 켜지면 멈추기 힘듦.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음.
거슬림 1: 쓰지 않는 필기구 무더기
뒤섞여 있던 두 무더기를 합친 후에, 둘째를 용돈으로 회유하여 종류별로 분류하게 했음. 서비스로, 나오지 않는 펜들도 골라놨더군. 온가족이 썼던 것들이라 참으로 다양한 필기구들이 있네. 연필만 정리해봤더니,
거슬림 2: 쓰지 않은 스티커
만년필을 세척할 일이 자주 있다보니 세척용 용기를 구분하려고 예쁜 스티커를 사뒀었어. 방 정리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쓰던 것보다 더 적당한 유리병이 나왔고, 거기에 스티커를 붙이니 아주 멋진 만년필 세척 전용 병이 되었네. 코팅된 스티커여서 물에 젖어도 괜찮지. 스티커의 매력은 바로 이렇게 붙이는 순간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
거슬림 3: 질서 없이 쌓여 있는 책
상상 속 책장은 마치 스스로 정리되듯이 항상 깔끔한데, 현실 속 책장은 방바닥까지 흘러내려와 있지. 이건 하루이틀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이쪽 스위치는 꺼두는 걸로.
거슬림 4: (방은 아니지만) 화장실 환기팬 먼지
화장실 환기팬에 껴있던 먼지 더께가 항상 거슬렸어. 스위치가 켜진 김에 분해 후 팬 날개의 먼지까지 칫솔로 닦았어. 이제 얼핏 보면 새것 같아.
거슬림 5: ‘새해 복’이라는 미래
행운이 함께 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