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내겐 14년 동안 다닌 미용실이 있지
2007년도부터 🚇상수역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다니고 있어요. 다닌 지 벌써 14년이 됐네요. (여기서 잠깐! 👉🏻 '지'는 시간의 경과를 의미할 때만 띄어 씀. 나도 자꾸 헷갈려서 몇 년 전에 찾아보고 확실히 알았음. 띄어쓰기에 대한 그 사람의 민감도를 파악하는데는 이게 제대로임.)
사장이자 원장이자 직원인 한 명이 예약제로 운영하는 미용실인데, 아무리 못 가도 두 세 달에 한 번은 갔으니까 꽤 많이 본 사이에요. 가면 둘이 수다를 떠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밝혀졌으나, 그 사실을 서로 잘 기억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1인 미용실이 꽤 많이 생겼지만 그때만해도 특이한 컨셉의 미용실로 알려졌었죠. 초기에는 이 분도 자신감이 없었는지 스타일에 대해 자신 있게 추천을 못했는데 이제는 뭐 자신감 충만한 가위질을 하고 있어요. 오늘 물어보니 2005년에 개업했다고 하네요.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는 곳이 있을까 떠올려보면 없는 것 같아요. 노포들은 오랫동안 방문을 하긴 했지만 대화를 나누거나 단골로서의 친분이 있진 않으니까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이 미용실은 내게 소중한 곳이죠.
얼마 전에 갔을 때는, 세월이 흐르니까 단골손님들이 머리가 점점 휑해지신다고, 이발할 수 있는 머리를 유지해주셔서 고맙다며...😭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부분가발 만드는 것도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상을 해봐요. 🧓🏻육십, 칠십 나이가 되어서도 오사장님이 이 미용실을 운영한다고 했을 때, 몇십 년 동안 오던 손님이 갑자기 안 오면 어떤 기분일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걱정되진 않을까,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늘어가면 어떤 기분일까? 나를 둘러싼 것들이 서서히 소멸해가는 느낌은 아닐까?
다음 예약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고 해서 점심도 같이 먹었어요. 근처 마제소바집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지만 여전히 맛있었구요, 항상 곁들여 마시던 레드락 생맥주는 다음 일정 때문에 아쉽게도 생략할 수밖에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