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연말연초에 이뤄지는 조직개편을 반복적으로 ‘겪어’ 봤을 거야. 나도 예외는 아닌데, 며칠 전만해도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결정하게 됐네. 내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이라고 판단했는데, 그래도 선택지가 있었다는 게 어디야.
회사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 나도 직장 내에서 적지 않은 나이가 됐어. 더군다나 디지털/IT 업종에서는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버티고 앉아 있기 힘든 나이지. ‘난 내가 하던 일만 열심히 하고 싶어’가 통하지 않는. 이제 실무는 유능하고 생각도 유연한 젊은 친구들이 더 잘할 수 있으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도 더 적게 들고 말이야. 이제 나는 ‘무거운’ 연령대가 된 거고,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 거지. 공기가 희박한 더 위로 올라가려면 나로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하고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까.
그럼 이제 선택은? 떠나거나 남거나인데, 떠나는 것은 손쉽지만 그 앞에는 더 큰 불확실성과 고난이 웅크리고 있어(내가 좀 많이 떠나봐서 잘 앎😑). 남는 쪽의 경우에도 내 의지 밖의 힘이 많이 작용하는데, 이걸 네트워킹이나 (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닌) 사내 정치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보려는 노력들을 하곤 하지.
내 경우에는 이걸 ‘진짜 실력’이란 것으로 극복해 보려고 했으나, 이젠 내가 집중해 오던 실력과는 다른 실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 (한참 전에) 된 거지. 이른바 조직관리 스킬, 리더십, 비즈니스 전략, 이해관계 조정과 그 당사자로서의 정치 등등. 사실상 내가 회사생활을 하며 외면해 왔던 것인데, 그놈의 ‘독고다이 스피릿’.
이렇게 뉴스레터를 하는 것도, 내일을 위한 내 일을 준비해 보려는 시도이긴 해. 직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보통의 노력으로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래서 난 어제 저녁에 깜빡 잠이 들었으나 새벽에 화들짝 깨서 이렇게 뉴스레터를 부랴부랴 쓰고 있… (루틴은 소중하니까.)
그래도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예전처럼 속을 막 끓이며 애간장을 태우진 않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게 마음 한구석에 생겼달까, 무책임해졌달까. 바로 코 앞의 그 상황에만 너무 몰입해서 최악의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보니 생긴 요령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난 계속 문구를 쓰고 공부를 하면서 뉴스레터를 계속 열심히 보내고, 회사가 내게 요구하는 것들을 만족시켜 주면서 불리한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올해 목표네.
최종적 목표는, 연결돼 있지만 독립적인 개인으로 우뚝 서는 것이고 말이야.🤞
이 글 정말 되게 좋아요 외계인님!
며칠 전 아침에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두려웠고, 혼란스러우면서 다시 위로 받았습니다.
자꾸 읽게 되네요. 펼쳐지는 일들, 펼쳐진 일들에 의연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질 않네요. 흠.
P.S. 봉선이 넘 귀여워요!!!
나도 좀 변화가 있다네. 없기도 힘든 나이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