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어린이날 궁궐 산책
어린이날은 잘들 보내셨소? 애들 챙기느라 더 힘든 분들도 계셨을 거고, 유유자적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소. 난 오늘 집 앞 정원을 좀 거닐었소. 창덕궁이라고.🤴🏻 멀리서만 즐기다가 일년에 몇 번은 방문하는데 오늘이 그날이었소.
집에서 내려다봤을 때 제일 존재감 있는 것은 창덕궁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두 그루지요. 바라보고 있으면 푸근한 마음까지 든다오. 앞쪽의 은행은 볕을 잘 받아 잎도 풍성하고 단풍도 오래 가는데, 뒤쪽의 은행은 그에 비하면 앞의 친구에게 좀 치이는 느낌이 든다오. 가을에 단풍이 떨어질 때 오면 노란 솜이불을 깔아놓은 것 같으니 꼭 한 번 와서 보시길.
아래 세 분은 그렇게 자주 왔으면서도 항상 새로운가 보오. 여긴 〈킹덤〉을 촬영하기도 한 인정전(仁政殿)인데, 중층 구조에 전구, 커튼도 설치되어 있고 다른 궁궐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지요. 외국 사신을 만나는 곳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소.
나는 사진 찍을 때 패턴에 집착하는 편인데, 이렇게 풀이나 이끼가 드문드문 난 바닥이나 나무 껍질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 같소.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 간질간질해서 셔터를 눌러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바로 통하는 문이 있는데 입장료(성인 1천원, 청소년 무료)를 내야하긴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모두 둘러보는 것이 좋다오. 특히 🌸꽃들이 활짝 피는 봄이나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에는 꼭, 반드시, 절대적으로 두 곳 다 즐기는 걸 추천하오. 그리고 모든 관람을 마치고 대학로 쪽으로 조금 걸어가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면 완벽한 하루가 될 것이오.
창경궁에 거주하는 😺고양이들을 만났소. 그런데 입장료까지 내가면서 고양이들을 챙기는 캣맘들이 계시더군요. 사료도 잔뜩 챙겨주고 추르도 주고 장난감까지 챙겨온 분도 있소.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보니 하루이틀 오신 분들이 아닌 것 같았소. 고양이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소.
말한 대로, 우리 가족은 관람을 모두 마치고 대학로로 갔소. 뭘 먹을지 정하지 않고 지나가다 그냥 찍어보기로 했는데 '고쿠텐'이라는 텐동집이 보였소. 나름 맛집인 거 같더이다. 손님도 많고. 식사도 괜찮았소. 첫째 아이가 다리 달린 고기는 먹질 않아서 음식점 고를 때 곤란한 편인데, 좋은 선택이었소.
그래도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뭐 조그만 거라도 쥐여줄까 싶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가는 갓챠샵을 마지막 목적지로 정했소. 각자 5천원씩 주고 원하는 것으로 돌려돌려! 귀여운 거 나왔다고 좋아하지만 며칠 후면 기억도 못하겠지요. 그래도 어른이 돼서 갓챠를 보면 어렸을 때 엄마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