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문구에 대한 뉴스레터는 매주 한 번 정리해서 보내겠다고 했었지. ☝️오늘이 그 첫회입니다, 여러분.
문구 매니아의 끝은 문구점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하더구만. 요즘 다이어리 꾸미기라든가 아날로그 문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많아지면서 문구점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취미가 직업이 되면 별로라고들 하던데 다들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어.
나도 뭔가 문구, 공부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그걸로 돈도 벌면서, 항상 즐겁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즐겁게 생활하는 상상 같은 것. 그래서 이 문구 뉴스레터는 언젠가 유료 구독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모르겠네. 다만, 나중에 아무 말도 없이 유료화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니 혹시나 해서 노파심에 미리 얘기해 두는 거야. 돈 받고 볼만한 내용으로 채우는 게 우선이겠지만 말이야. 그 전까지는 수련 기간이라고 생각해야지.
〈취미의 문구상〉(趣味の文具箱)이라는 일본 문구 잡지가 있는데 일반 문구보다는 만년필과 잉크를 전문으로 다루는 매거진이야. 2021년 10월호(통권 59호)에 잉크 카탈로그가 포함됐는데, 잉크 시리즈 643색, 만년필 브랜드 잉크 374색으로 모두 1,017색 잉크를 볼 수 있어. 물론 인쇄된 것이니까 실제 잉크 색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는데는 참고가 될 것 같네. 카탈로그가 많이 길어서 사진에 다 안 담겨. 잉크 매니아들한테는 도움이 되겠어. 이 카탈로그는 잉크 정보 제공을 위해 정기적으로 싣는 것 같아.
나는 노트 필기에 주로 쓰는 블랙, 블루블랙, 블루 계열의 잉크에 관심이 많은데 주로 쓰는 잉크는 오로라 블랙이야. 오로라 만년필을 주로 쓰고 펜과 같은 브랜드의 잉크를 쓰는 게 제일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말이야. 오로라 블랙 잉크가 가장 진한 블랙을 표현해 준다는 평이 있어서 집에 있는 몽블랑 미스테리 블랙(Mystery Black)과 비교해봤어.
비교해보니 의외로 몽블랑 미스테리 블랙이 더 검게 표현됐어. 오로라 블랙은 아주 약간 푸른색이 돈다고 할까. 둘 다 새로 개봉한 잉크가 아니어서 정확한지는 장담 못하겠지만, 나중에 몽블랑 블랙도 노트 정리할 때 만년필에 넣어서 써보려고 해. 사실 뭐 둘 다 충분히 검긴 한데, 그렇다면 가격을 비교해 볼까? ‘베스트펜’에서 판매하는 가격 기준으로 보면,
오로라 블랙: 45ml가 12,700원으로 282원/ml
몽블랑 미스테리 블랙: 60ml가 33,000원으로 550원/ml
몽블랑이 오로라의 거의 두 배 가격이야. 내친 김에 가지고 있는 다른 블랙 잉크들도 비교해봤어.
펠리칸 4001 블랙: 62.5ml가 7,000원으로 112원/ml
세일러 블랙: 50ml가 16,500원으로 330원/ml
파카 큉크 블랙: 57ml가 8,400원으로 147원/ml
펠리칸 잉크는 로얄블루를 주로 쓰는데 품질이 상당히 괜찮은데도 가격이 제일 저렴하네. 펠리칸 블랙도 색 표현을 한 번 비교해 봐야겠어. 사실 이래서 몽블랑은 멀리하고 있어. 펜, 잉크 모두 가격에 거품이 껴있다고 생각돼서 말이야. 물론 펠리칸, 세일러 등도 프리미엄 잉크 라인이 있긴 한데 캘리그라피 할 때 쓸 게 아니면 굳이 필요할까 싶어.
‘한국문화재단 쇼핑몰’(K·Heritage Mall)을 우연히 발견해서 문구 상품을 몇 개 구입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고 자랑하고 싶은 건 바로 ‘용문양 나전 펜접시’야. 우리가 보통 ‘자개’라고 하는 것인데, 주칠된 것으로 샀어. 이번에 이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예전에 알고 있던 전통문화 상품 — 유명 관광지의 기념품 가게에서 보게 되는 — 과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 이 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인가 봐. 나도 이것 때문에 여길 알게 됐는데 막상 다른 걸 샀네.
연말에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계획으로 우표를 모으고 있었는데 실행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네. 그래도 올해 연하우표와 새로 나온 한복 시리즈는 샀어.
호랑이 우표가 꽤 귀엽기도 하고(고양이?) 고급스럽지? 혹시 나한테 편지 받고 싶은 분은 제 이메일로 주소를 보내주세요.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편지를 보내냐구?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거지 뭐. 아주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쏟아부어 볼라니까.
책을 통독할 때 중요해 보이는 부분 옆에 점 스티커를 붙인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손이 작지 않다보니 스티커를 빨리 떼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그럴 때는 좀 짜증이 나서 작은 스탬프로 표시하는 방법도 생각했었는데, 이제 해결책을 찾았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하는 사람들 보니까 스티커를 떼어 내고 붙일 때 ㄱ자 핀셋을 이용하더라고. 그래서 찾아봤더니 아주 적절하고 저렴한 물건이 있더구만.
이제 아주 쉽고 신속하게 떼어 내서 붙이고 있어. 스티커 접착면에 손의 땀이나 기름을 묻히지 않고 모서리가 접힐 염려도 없이 깔끔하게 붙일 수 있고 말이야. 일자 핀셋보다 저 ㄱ자 핀셋이 훨씬 편해.
주목할 만한 문구점
아날로그키퍼: 요즘 가장 사랑하는 국내 문구점. 메모 패드 하나에도 많은 고민과 개성을 느낄 수 있지.
The Well-Appointed Desk: 잉크 테스트를 위한 종이를 찾다가 알게 된 곳. 주인장이 역시 상당한 문구, 특히 잉크 매니아.
링크들
The Joy of Writing by Hand (Gawker)
Link Love: Peri-inkle? (The Well-Appointed Desk)
2021 Year-End Review, Part I: Favorite Products Reviewed (The Gentleman Stationer)
Exacompta Record Cards - “You say “Record”, I say “Index” (The Pen Addict)
Ted Flanagan's use of index cards for storytelling (Take Note)
이렇게 ‘모두의 도구’ 첫 번째 편이 끝났어. 매주 알찬 내용으로 꽉꽉 채우도록 노력해볼게. 다루어 줬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세요.
그럼 월요일에 지지 말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길.
손으로 글을 잘 쓰지는 않지만 몇개 구매 했어요...ㅠㅠ
완전 별세상이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