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읽기’(Read It Later, 줄여서 RIL) 도구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자료를 바로 읽을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읽기 위해 저장해 두는 서비스나 앱이야. 주로 이용하는 메모장 같은 데 저장할 수도 있지만, 이 용도를 위해 특화된 도구들이 있지. 대표적으로는 포켓(Pocket), 인스타페이퍼(Instapaper)가 유명해. 나는 이 서비스들의 헐렁하고 벙벙하게 느껴지는 인터페이스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몇 달 쓰다가 버리는 걸 몇 번 반복했어.
텍스트 위주의 인터페이스를 선호해서 핀보드(Pinboard)를 좀 오래 썼는데, 이것도 단점이 있더라. RIL 도구는 모아둔 정보를 나중에 훑어보며 다시 선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썸네일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해. 이 정보를 저장할 당시의 이유나 맥락을 떠올리게도 해주고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도 해주지. 그렇다보니 텍스트만 저장해주는 서비스는 한계가 있었어. 그래서 핀보드도 버렸지.
이후에는 RSS 리더인 리더(Reeder)의 ‘Read Later’ 기능을 써보기도 하고, 텔레그램의 ‘저장한 메시지’나 패드릿(Padlet), Drafts의 ‘Web Capture’ 기능을 활용해 보기도 했지. 아, 그래도 뭔가 다 불편하고 아쉬웠어. RIL 도구의 핵심은 어떤 디바이스를 쓰고 있든 빠르게 고민 없이 바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말이야. 그러다 발견한 도구가 Raindrop.io(이하 ‘레인드롭’)야.
스스로를 ‘북마크 관리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는데, RIL 기능도 모두 포함하고 있고 그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지.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엣지 등 모든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고 OS도 윈도우, 맥, iOS,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하니까 자료를 저장하는 순간에 뭘 쓰고 있든 상관 없이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어. 보통 이런 좋은 서비스들은 기본적인 구독료가 있거나 무료 요금이 있더라도 기능 제한이 많아서 결국 유료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데 레인드롭은 관대하게도(영리하거나) 무료 서비스로도 충분하도록 가격 정책을 세웠어. 유료인 프로 요금제는 전문 검색, 영구 저장 등 고급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이 쓰면 되는데 1년에 USD30.80이라서 별로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야.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료를 찾는 건 정말 쉽지만 거기서 가치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 RIL 도구의 단점은 거기 있는데, 쉽게 찾은 자료를 쉽게 저장하고는 그걸로 끝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처음 의도는 저장한 자료를 나중에 다시 꺼내 읽으며 세심히 검토해 보겠다는 건데, 무작정 많이만 저장해 두고는 그 양에 스스로도 질려서 다시 꺼내보지 않는 상황이 되는 거지. 아니면 그냥 저장해 뒀다는 걸로 만족한다거나.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걸 피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를 매주 한 번씩 정리해서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있는 거야. 의도적 또는 강제적으로 자료들을 검토하는 시간을 만드는 거지. 그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저장한 거나 잠시 시간이 지나고 떨어져서 보니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은 걷어낼 수 있어서 좋아. 역시 정보도 꾸준한 김매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드넓은 논밭이 떠오르는군.🤔
귀찮아지는 지점에서 그냥 멈춰버리는 성격이라서 외계인 말씀이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고! 존경심마저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