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내가 매일 되뇌는 말
회사 컴퓨터 키보드에도 작게 붙여놓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
매일, 희망도, 절망도 없이.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espair.
오스틴 클레온(54호 참고)의 글을 통해 알게 된 걸로 기억하는데, 레이먼드 카버가 즐겨 인용한 카렌 블릭센(또는 아이작 디네센) — 《아웃 오브 아프리카》, 《바베트의 만찬》의 작가 — 의 말이라고 해. 원문은,
Write a little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espair.
뉴스레터를 매일 쓰다보면 가끔씩 '구독자도 늘고, 조회수도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데, 그럴 때마다 이 문구를 (🤐머리 속으로) 중얼거려. 사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면 지금처럼 생각 나는 대로 쓰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신기한 건 매일 단 한 명이라도 구독자가 늘어난다는 거.🙏
회사 키보드에 저 문구를 붙여둔 이유는, (나를 오래 본 사람은 믿지 않겠지만) 회사에 큰 기여를 하면서 내 능력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가졌을 때가 있지. 그런데 그런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되더라고. 나 스스로도 금방 지치고, 그러다보니 회사를 끈기 있게 오래 다니기도 힘들어지고. 내가 회사의 시스템을 바꿀 만한 열정이나 능력까지는 없으니까 말이야.
이제 회사에서는 “Work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espair”를 중얼거리고, 집에 돌아와 뉴스레터를 쓸 때는 “Write every day, without hope, without despair”를 중얼거리고 있어.
그냥, 하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