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손편지
어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면서, 사람들과 ‘예전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어.
전화를 하고, 엽서를 쓰고, 인화한 사진을 넣어 편지를 보내고 등등…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 왜 디지털 때문에 예전의 방식들은 모두 사라지고 있을까? 단지 편리함과 불편함의 문제일까?
불편함이란 건 돈과 시간이 필요하고, 풀기 힘든 문제가 있고, 때로는 좌절감을 주기도 하지.
디지털은 돈이 필요하고, 풀기 힘든 문제가 있고, 때로는 좌절감을 주기도 하지만, 유튜브를 볼 시간을 만들어 주지.
어쩌면, 새롭기 때문에 좋아하거나 어느 틈에 새로운 것들이 내 주위를 모두 둘러싸고 있어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그래서 세상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 팔고 있고.
Raquel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아. 엽서, 편지, 문구 등을 보내주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지. 계속 구경만 하다가 Patreon이라는 후원 플랫폼에서 Raquel의 월 20달러 짜리 서비스를 구독했어.
매달 큰 봉투에 편지지, 포장지, 라벨, 티백, 빈티지 우표도장, 스티커, 와시 테이프 등을 넣어서 보내준대. 사실 난 그 물건들보다 봉투의 글씨들에 반해서 구독하게 됐어. 한 글자씩 정성껏 쓴 편지봉투를 너무 오랜만에 본 걸까. 돈을 내고라도 저런 걸 받아보고 싶어졌지.
다음달 초쯤에 첫 봉투를 받게 될 것 같은데, 핑계 김에 손편지나 엽서를 써볼까 싶어. 누구에게 보낼지는 생각을 좀 해보고. 그때까지 글씨 연습을 좀 더 해놔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