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구글에서 '감시'하고 있는 내 활동 삭제하기
요즘 내가 《감시 자본주의 시대》 읽고 있잖아. 그래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카카오, 네이버 등등의 빅테크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만 가고 있는데, 일단 구글에서 저장해 둔 내 감시 정보들을 삭제하기로 했어.
지금 쓰고 있는 웹브라우저인 브레이브(Brave)나 얼마 전 소개한 AdNauseam (107호 참고) 같은 것들이 개인정보 수집을 최대한 막아준다고는 해도, 유튜브나 구글지도 같이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제품들이 워낙 많아서 확인해 보기로 했지.
구글이 어떤 것들을 감시하고 있는지 보려면 구글 계정에 로그인한 상태로 ‘Google 내 활동’으로 가면 돼. 일단 이 첫 화면에서는 ‘웹 및 앱 활동’, ‘위치 기록’, ‘YouTube 기록’ 세 가지를 보여주는 데 여기서도 구글의 교활함을 알 수 있어. 마치 세 가지만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말이야. 표면적인 이유는 ‘주요 정보 위주의 단순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사용자의 인지부하 줄여주기’쯤 되려나. 그러나 그럴리가 있나.
왼쪽 사이드메뉴의 ‘기타 Google 활동’ 메뉴로 들어가 봐. 한참을 스크롤해야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감시 항목이 많아. 몇 개인지 세워보니 위의 세 개를 제외하고도 41개네. 무시무시하지? 목록을 보면,
Google 광고 설정, YouTube 채널 구독, YouTube ‘관심 없음’ 의견, YouTube 설문조사 답변, YouTube에 댓글 작성하기, YouTube 커뮤니티 게시물, YouTube 실시간 스트리밍 채팅 메시지, YouTube ‘좋아요’ 및 ‘싫어요’, YouTube 구매 활동, Google 단어 과외, 장소 관련 답변, 장소 관련 추천 답변에 대한 의견, 관심 분야 및 알림, 통화 및 메시지 정보, Google Play 라이브러리, 뉴스 환경설정, 구매 및 예약 내역, Gboard 학습 단어, Google 앱 팟캐스트 구독, Google 팟캐스트 환경설정, Google 설문조사 답변, 데이터 보관처리 기록, 내 활동에서 데이터 다운로드, 연구용으로 공유된 데이터, Chrome 방문 기록, 상품 가격 추적, Google 쇼핑 주문 활동, Google 어시스턴트 루틴, Voice Match 및 Face Match 등록, 위기 대응 사용자 신고, Google Play 북 의견, 번역 언어 선택 내역, 사전 및 발음 검색 정보, Stadia 스토어, 어시스턴트 메모리, Google Pay 환경, 비즈니스 정보, Google 팟캐스트 에피소드 목록’, Hold for Me’ 공유 오디오, 서비스 요청, Google 오피니언 리워드로 공유된 영수증
이 많은 것들을 ’기타 활동’이라고 이름 붙임으로써, 대수롭지 않은 정보처럼 느끼게 만들려는 시도 그리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한 각종 ‘관리’라는 이름에서 구글의 교활함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어.
나는 이 항목들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Chrome 방문 기록’이야. 여러 대의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크롬을 쓸 때 구글계정 로그인을 하면 크롬의 모든 설정, 데이터를 동기화 해주잖아? 편리하긴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쓸 거라고 생각해. 물론 데이터 동기화를 위해서 구글은 저장만 해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러나 그런 순진한 믿음을 갖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네. 구글이 아무 얻는 것 없이 그런 저장공간,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아니, 애초에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를 왜 만들었을까?
나는 구글이 저장, 감시하고 있는 내 데이터를 모두 일일이 삭제했고(이 많은 항목을 한 번에 삭제하는 기능은 절대 제공 안함. 표면적인 이유는, 소중한 데이터이므로 신중히 삭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겠지?), ‘사용 안함’으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뒀어.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행여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으면 바로바로 지우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