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세계관’ 만들고 싶다
요즘은 게임, 영화, 드라마, 소설, 유튜브 채널 등 뭘 만들든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단 얘길 많이 들어. '세계관'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적 세계 및 인간 세계를 이루는 인생의 의의나 가치에 관한 통일적인 견해”(표준국어대사전)인데 이건 철학적 관점에서의 정의이고, 앞에서 얘기한 세계관의 맥락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아. 기존에는 작가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세계, 인간, 사건 등을 해석하고 재구성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냐, 즉 작가주의의 맥락이었다면 지금은 사전 설정(setting)의 맥락에 더 가까운 느낌이야.
내 뇌피셜로는 다양한 서브컬처들, 마블이나 DC코믹스 등에서 만들어내는 각종 ‘유니버스’들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해. 그래서 독자나 관객들이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경 장치들이 정교화되고 확장된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봐. 게임에서는 세계관에 대한 논쟁이 예전부터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나 싶네. 그러고보니 아이돌들도 일종의 세계관을 세팅하고 나왔었구나.
‘MZ세대’라고 일컫는 젊은 세대들은 이 세계관에 민감하다고 하지. 내가 생각하는 ’정교한 세계관’이라는 것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으면서 몰입을 깨지 않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의 디테일 그리고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브-세계관(이런 말이 있다면)이 씨줄-날줄로 촘촘히 엮여 있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
이렇게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술에 대한 가장 오래된 고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으로 알고 있는데, 강유원 선생님께서 이 《시학》을 가지고 7월 27일부터 실시간 음성 강의를 한다고 하시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래.
내가 지금 만들고 싶은 세계관은 두 개가 있어.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만드는 서비스의 세계관 그리고 이 서울외계인의 세계관이야. 세계관이라는 것이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 한정되진 않는다고 생각해. 보는 사람이 몰입하는 것으로 시작해 공감까지 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으니까.
서울외계인에서는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구독자들과 잠깐이라도 같은 세계를 함께 바라보고 공감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내 바램이야.
퇴근길에 듣게 되었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